[헤럴드경제=캄보디아(프놈펜) 양영경 기자] “5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에서 채용을 하면 약자 S(Securities)를 보고 경비 회사인 줄 아는 사람이 수두룩했는데, 지금은 거래소인 줄 아는 사람도 상당히 늘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이인수 CSX 부이사장은 현지 거래소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캄보디아에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필두로 한 한국형 증시 시스템이 자리 잡은 지 5년 만이다. 지난 2012년 4월 문을 연 CSX는 한국거래소 45%, 캄보디아 정부 55%의 지분 참여로 만들어진 ‘증시 한류’의 현장이다. 증시운영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국거래소의 직원도 2명 파견돼 있다.
올해 6월 기준 고객예탁금은 142만1000달러로 거래소가 설립된 당해(112만3000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증권 계좌수는 7762개,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인 83명을 포함한 2459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실질적인 외형확장과 수익성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현재 CSX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프놈펜상수도공사(PPWSA), 그랜트윈(GTI), 프놈펜항만공사(PPAP), 프놈펜특별경제구역(PPSEZ) 단 4곳뿐이다. 최근 4개사가 추가로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투자자의 선택지를 넓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 하루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시장이 개설된 첫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부이사장은 이에 대해 다소 ‘인내심’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한다. 캄보디아처럼 자본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서는 상장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다. 또 현지 기업들에겐 상장 절차는 물론 상장 후 이행해야 하는 각종 의무는 익숙지 않은 경험이다. 이와 함께 연 4~8%에 달하는 은행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PPAP를 상장하면서 5년간 매년 5%의 배당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다.
이 부이사장은 “현재 캄보디아 국민의 10% 정도만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는데 은행에 돈을 예금한다는 시스템을 알리는 데만 3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서야 은행으로 돈이 돌기 시작하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증권시장의 유동성 확보는 그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매년 7% 안팎의 경제 성장, 캄보디아 정부의 증권시장 육성 의지를 바탕으로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내달 초 유동성공급자(LP)제도를 시작으로 투자 편의를 위한 각종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신규상장 확대 측면에서 중소기업(SME)시장은 주요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최소 20개사를 상장한다는 게 목표다.
특히 내년에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SX는 현지 은행의 상장을 이끌어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또 유선보다 무선산업이 발전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도입, 투자자가 언제 어디서나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부이사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보다 현지 정부와의 ‘신뢰’ 등 비계량적인 효과에도 관심을 둬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계 은행들이 동남아에서 일시에 철수하면서 신뢰를 잃었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동남아 국가는 ‘한국계 은행이 어려울 때 모두 빠져나갔다’며 최근까지도 이들의 진출을 꺼리고 있다”며 “현지 거래소만 보면 ‘당장 수익이 안 난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최근 10개가 넘는 한국계 금융사가 캄보디아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거래소가 현지 금융시장을 개척하며 마중물 역할을 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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