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근혜 대통령의 후임을 뽑을 19대 대선은 1년 이상 남았지만, 차기주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들은 ‘예열모드’에 들어갔다. 유엔의 컨트롤 타워인 반기문 사무총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렇다. 이들은 여론조사(한국갤럽)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각각 27%와 18%로 1ㆍ2위를 달리고 있다.

한 쪽은 여유롭게 해외에서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다른 쪽은 ‘북한의 종복(從僕ㆍ시키는대로 종노릇 함)’이라는 여권의 공세에 맞서 역공을 펼치고 있다. 당사자의 작심발언과 여론을 종합하면 ‘대권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예열이 본격 질주로 이어질지는 오직 민심이 결정하지만, 판단 준거는 당사자가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들 발언의 무게감은 간단치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리더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500여명의 재미교포 앞에서 풀어놨다. 핵심 문구는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반 총장은 이날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미주한인위원회(CKA) 주최 ‘전미 한인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제 좌우명 가운데 하나는 상선약수”라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 퇴임을 한 달여 남겨 놓은 그는 “물은 지혜와 유연함, 부드러운 힘을 상징한다”며 “유엔을 이끌면서 이러한 덕목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메릴랜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1000여명의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연설했지만 ‘상선약수’를 꺼내진 않았다. 다만, 이 대학에서 리더십 관련 질문을 받고 “만약 여러분이 큰 조직을 이끌고 싶다면 자기만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하면 아무도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이건 제 스타일이기도 한데, 만약 직원이 8시간 일한다면, 당신은 9시간 일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또한 비전을 실행할 때엔 ‘이게 내 비전이다’라고 사람들 앞에서 명확하고 아주 크게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원론적인 강연이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이날 특파원들이 대선 관련 질문을 했지만 대답하지 않았고, 귀국 시기에 대해선 “내년 1월 중순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 총장과 달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위기에 몰렸다. 통칭하자면 야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색깔론’의 한 복판에 섰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7년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은 이 책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한국이 기권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고 적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

회고록만 보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여권은 문 전 대표에게‘종복’ 공세를 가하고 있다.

관심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에 쏠렸고, 그는 역공을 택했다.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라’라는 글을 통해서다. 그는 북한에 사전에 의견을 구하고 북한인권 결의안에 기권했다는 의혹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양측이란 외교부와 통일부다. 외교부는 결의안에 찬성하는 쪽이었으며, 통일부는 기권하자는 입장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대부분 통일부의 의견을 지지했다”며 “심지어 국정원까지도 통일부와 같은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송민순 전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토론을 모두 경청한 후 최종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면서 “정부, 특히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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