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서 집회ㆍ시위 대응 전략 변경 시사
- 최순실 정국과 백남기 농민 사망 의식한 듯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철성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 지휘부가 모인 자리에서 “최근 집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안전과 인권에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물대포을 맞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으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경찰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찰청장은 31일 오전 각 지방경찰청장 및 부속기관장 등 경찰지휘관이 참석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크고 작은 집회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11월에는 대규모 집회 시위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청장은 “국민들의 권리 의식이 크게 신장되고 법 집행의 모든 과정이 생생하고 투명하게 중계되고 있다”면서 “경찰관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경찰관은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면밀히 되집어 보고, 현장에서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법 태두리 내에서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 조화롭게 보호될 수 있도록 세심한 집회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강신명 전 청장이 “시대가 바뀐 만큼 집회는 평화적인 것으로 끝나서 되는 것이 아니라 준법 집회가 돼야 한다”면서 “집회 참가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일이 법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강경 진압 의지를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다.
이같은 경찰의 태도 변화는 지난 29일 최순실 국정농단 규탄과 박근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경찰은 이전과 달리 차벽을 선제적으로 세우지 않고 기동대 등 경력을 통해 경찰 추산 1만2000여명(주최측 추산 2만여명)의 집회 참여자들의 행진을 관리했다. 일부 시위대가 신고한 행진 경로와 달리 종각역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이동했음에도 경찰은 강경진압에 나서기보다 행진 방향을 차단하고 상황을 안정화 하는데 힘썼다. 살수차 역시 광화문 앞 삼거리에 준비하기는 했지만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용을 자제했다. 집회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연행했던 경찰이 이날 연행했던 집회 참가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집회가 끝난 뒤 서울경찰청은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르고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도 끝까지 인내하며 대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청장은 “전통적인 범죄 외에 사제총기 등 새로운 양상의 범죄가 출현하고 있다”며 “112를 포함한 현장 대응체계 전반을 정비하고 총기 등 경찰 휴대장비도 개선하겠다”며 “과학적인 진단과 효과적 예방활동으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확실하게 해소하라”고 당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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