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늑장공시와 공매도로 시장 혼란을 일으킨 ‘한미약품 사태’가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한미약품의 주가 폭락 와중에도 이보다 더 ‘최악의 한 달을 보낸 종목’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지난 한 달간 39.36% 하락하며 전 거래일에 37만3500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주에만 6.97% 하락하며 후유증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 한미약품 못지 않은 ‘해운주’의 눈물 =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보다 더 급격히 추락한 종목은 한진해운 관련 해운주들이다.
코리아04호(-49.15%), 코리아03호(-48.49%), 코리아02호(-43.34%) 등은 한미약품보다 더 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코리아 02~04호 선박펀드 선박투자회사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용선계약 해지와 선박의 조기반선을 통보받았다. 이 여파로 한진에 배를 빌려준 선박투자회사의 선박펀드에 기관 투자자 ‘팔자’세가 촉발됐다.
코리아 02~04호 선박펀드 선박투자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배를 건조해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용선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용선료를 받지 못하면 회사의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되는데, 용선계약 해지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KDB생명과 현대해상은 코리아02호 주식 32만주(14.60%)를 처분했다. 교보생명 역시 보유 주식 전량인 25만3000주(11.55%)를 장내매도했다. 코리아03호와 04호에 대해 교보생명, KDB생명, 현대해상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의 부채비율도 높고 전세계 조선해운업도 좋지 않다”며 “한진해운에 빌려줬던 배를 다른 해운사에 다시 용선하는 것도 쉽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회생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반사이익 기대감에 상승했던 KSS해운의 약세도 눈에 띈다.
KSS의 주가 하락은 지난달 20일 해운시장의 불황과 조선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KSS해운이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무상증자 이후에도 추가로 주가가 6.17% 급락했다. 지난 26일에 KSS해운은 자사주 취득(12만3000주)을 공시했다. 회사측은 “유가증권시장을 통해 직접 취득할 것”이라며 “주가 안정과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 JW중외제약…한미약품 사태에 더 고꾸라지 제약株 = 한미약품 사태 후폭풍에 한미약품보다 더 호되게 당한 제약주가 있다. JW중외제약(-44.15%)과 JW홀딩스(-41.37%)는 최근 한달간 한미약품보다 더 주가가 하락했다.
바이오ㆍ제약주가 기침할 때마다 JW중외제약은 감기에 걸리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ㆍ바이오주는 10월 들어 세 번의 고비를 더 겪었다. 이로 인해 KRX헬스케어 지수는 최근 한달 간 18.26% 하락했다.
지난 27일에는 유한양행이 장 마감 후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의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9년에 공동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가 임상 2상 결과에서 위약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의 임상 실패는 투자자들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감 하락으로 이어져, KRX헬스케어지수가 당일에만 6.85% 하락했다.
앞서 20일에도 바이오ㆍ제약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전날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파기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식 공매도와 관련된 증권사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심이 위축됐다.
지난 13일에는 녹십자가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알리며 바이오ㆍ제약주가 주저앉았다.
녹십자는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시험을 위한 신규 환자 모집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글로벌 시장 개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미국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임상에 참여하는 신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임상 기간(2~3년 예상)이 지연돼 포기한 것이다.
바이오ㆍ제약 업계에 연속된 임상 실패 및 중단이 발생하면서 최근 JW중외제약의 항암제 후기 1상 도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JW중외제약은 지난달 30일 CWP291 후기 1상 도전한다고 밝혔다”며 “CWP291이 전기 1상 결과와 글로벌제약사들의 선호 관계 평가가 다른 제약사 사태에 영향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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