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다수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개표 당일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러한 금융시장의 반응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기존에 클린턴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게 예측되어 왔고, 클린턴 후보의 주요 정책이 현 오바마 정부의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던 반면, 트럼프 후보의 주요 정책은 불명확하거나 급진적인 요소도 많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의 당선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상외의 선거 결과가 야기한 불확실성에 대한 즉자적 대응일 뿐,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할 이유는 없다. 조만간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노선이 다소나마 구체화되고, 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주요 가격변수들의 움직임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중장기적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후보가 표방하고 있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외교정책이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FTA를 모두 재협상하겠다는 그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주요 교역대상국들에 대한 관세장벽을 강화하거나 통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등으로 인해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그가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는 미국경제의 회복에는 긍정적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리쇼어링 전략이나 보호무역주의 등을 감안할 때, 미국경제의 회복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견인하는 효과도 과거에 비해 낮아질 것이다.
세계경제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금리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는 한, 다가오는 12월에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내년 이후 통화정책의 경로는 또다른 문제다.
당선자 본인은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자산버블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또한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위해 연준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의 신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옐런 의장이 과연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의 신정부 출범은 경제정책의 여러 측면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세계경제 전반의 활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난 6월의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의 당선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의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던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흐름에 균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아직도 미약하다. 이미 충분히 낮은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도래할 수 있는 경기침체시 정책대응의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이 상징하는 자국우선주의 노선의 강화는 지난 위기시에 발휘되었던 G20 등의 글로벌 정책공조를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의 위기대응 능력이 더한층 취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앞날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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