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하루만 지나도 틀린 분석… 말 바꾸는 트럼프에 증권사 리포트는 죽을 맛’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주창했던 공약에서 한 발 후퇴하거나 말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증권사 리포트도 손바닥 뒤집기에 바빠졌다.
증권사들의 ‘트럼프 쇼크’ 우려가 1일 천하로 끝나고 뒤따른 예측도 빗나가고 있다.
▶금리, 오르는거야 마는거야… 말 바꾸는 트럼프= 트럼프 당선에 증권사 리포트가 ‘미 금리 인상’를 두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당선 직후 9~10일에는 “연내 금리 인상이 힘들다”는 리포트가 쏟아졌지만 바로 다음날인 11일 “예정대로 올릴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내 악재도 예측이 어려운데 이번 트럼프 당선과 같은 커다란 ‘블랙스완’의 경우 해외 시장 지표나 외신 보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트럼프 후보 자체가 계속 말을 바꾸며 워낙 불확실성이 큰데다 외신보도와 더불어 시장 지표 자체도 하루 사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어 하루하루 의견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위원회(Fedㆍ연준) 의장이 오바마 행정부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을 ‘저금리 인사’(‘low interest person’)라고 언급하면서 저금리 정책을 지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발언으로 미루어 재닛 옐런을 즉각 교체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등장했지만, 당선 이후 온건한 태도로 전환된 모습이다.
이에 시장 지표도 요동쳤다. 트럼프가 당선된 10일(현지 시간) 금융기관 간 초단기 오버나이트 금리인 OIS(overnight index swap)를 기준으로 전망한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82%에서 50%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은 81.1%로, 전날(71.5%)보다 크게 올랐다.
트럼프의 경제정책도 오락가락 혼선을 거듭하며 통화정책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 중 하나인 인프라 투자 공약이 실현될 수 있는지 미지수인데다 중국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와전됐다”며 번복하기도 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통화정책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인해 국 금리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말바꾸기“… 헬스케어株, 정말 호재?= 트럼프의 ‘말 바꾸기’는 비단 금리에만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 전 헬스케어주(株)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수혜주로 꼽혔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이 당선되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주장했고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오바마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케어 확대와 저가의약품 사용장려 정책 때문에 클린턴 후보가 의료서비스 산업과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우호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트럼프 후보의 ‘트럼프케어’ 역시 저가 약품 수입 확대 정책을 포함해 헬스케어 공약에서는 두 후보가 접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오바마케어’존치를 재료로 바이오ㆍ헬스케어주를 클린턴 후보 수혜주로 베팅을 걸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되자마자, 헬스케어주가 다시 수혜주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게 되면 약값 규제 정책이 완화돼 제약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말을 바꿨다. 트럼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독대를 마친뒤 자신의 핵심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기 입장을 번복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문제점을 지적받고 일부 이를 인정해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대신 일부 조항을 존치하기로 한 것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저가 신약 수입에 탄력을 받아 우리나라 제약주에도 호재라는 리포트는 다 엉터리“라며 ”한미약품도 불발됐고, 셀트리온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신약이 없는 상황으로 제약주를 수혜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시절과 인수위가 조직된 뒤, 또 취임하고 나서는 참모진들의 조언 등을 듣게 되기 때문에 말과 공약이 바뀔 수 밖에 없다“며 ”아직 취임하지도 않았고 초기이기 때문에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후보 자체가 불확실성을 크게 내제하고 있어 단기적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며 ”리포트를 바탕으로 트럼프 의존 수혜주 등 테마주에 걸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의 공약과 당선 이후 실제 집행하는 정책은 차이가 날 수 있어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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