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러 협상타결…日 ‘발등의 불’ 최우방 美 사이서 복잡한 셈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년 넘게 끌어온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강력한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한 중ㆍ러 동맹에 맞서 최우방국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러시아 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묘수’를 꺼내야하기 때문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ㆍ러 가스 합의로 중국의 역내 라이벌인 일본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일본에겐 없어선 안 될 자원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할린-1 유정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미국의 대형 석유기업 엑슨모빌도 각각 20%, 30%를 각각 갖고 있다. 사할린-1 유전에서 하루 평균 생산되는 25만배럴은 주로 일본과 한국으로 수출된다.
사할린-2 프로젝트엔 일본 상사 미쓰이와 미쓰비시가 각각 지분 12.5%와 10%를 확보, 천연가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50%)과 다국적 메이저 로열더치셸(27.5%)에게 있다. 2009년부터 수송을 시작한 사할린-2 가스전에서 일본은 연간 약 86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의 한 해 가스 공급량 10%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 외에도 일본 정부는 가즈프롬과 손잡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LNG 수출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연간 수용량 1500만t을 목표로 2018년부터 시설이 속속 들어서게 된다.
러시아 에너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때문에 러시아를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을 지냈던 다나카 노부오 도쿄(東京)대 교수는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를 중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이 사업을 주저하면 ‘노다지’를 만나는 건 중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펌 K&L게이츠에서 기업들에게 일본과 러시아 간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자문해주고 있는 세르게이 밀라노프 파트너는 지난 2010년 이란의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제재 압력으로 이란 유전 개발에서 철수한 일본 국제석유개발(INPEX)의 사례를 상기시키며 “러시아 투자는 이란과 다르다.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량이 훨씬 많다”면서 “(이란처럼)포괄적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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