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 랠리가 계속되면서 주저앉았던 신흥국 증시가 유가를 타고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2일 코스콤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증시가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당선 당일(11월 9일)에만 한국(-2.25%), 필리핀(-2.58%), 인도(-1.23%), 브라질(-1.40%) 등 신흥국 증시가 주저앉은 뒤, 지난달 8일부터 29일까지 한국(-2.25%), 필리핀(-7.19%), 인도(-4.33%), 브라질(-4.94%)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다.
인도네시아 증시에서는 트럼프 당선 후 3주간 외국인 투자자가 매주 2억달러 이상을 순매도했다. 인도 증시에서는 4주간 3억2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6.62% 뛰었으며, 미국 다우지수(4.30%),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3.58%), 미국 S&P500 지수(3.04%)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트럼프가 대대적인 인프라투자 확대를 선언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 그 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비롯된 강달러 기조는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져,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는 2003년 3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자산시장의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리 상승과 더불어 12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2003년 3월 이후 13년 8개월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다”며 “문제는 이런 금리 상승과 달러의 강세가 신흥국 통화의 약세와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 및 신흥국 증시의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지난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흥국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유가 반등이 경기 개선 기대감을 자극하고 달러 약세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 30일 감산 합의로 유가가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전날 9% 이상 폭등한 뒤 이날도 3.3% 오르며 배럴당 51.06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20일 이래 약 1개월반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도 장중 4.78% 크게 오른 배럴당 54.32 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6개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각)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루 최대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는 10월의 하루 평균 생산량보다 120만 배럴 줄이는 수준이다.
유가 반등은 그동안 정체됐던 이머징 산유국들의 숨통을 터준다. 러시아, 브라질, 중동, 북아프리가 산유국들은 저유가 장기화로 예산적자와 부채 증가에 사면초가였다. 하지만, 유가 반등으로 주요 산유국과 신흥국의 통화가 되살아나면서 원유 수입대금의 회복도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감산 합의로 원자재 중심의 신흥국 증시가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12월 FOMC 금리 인상 결정에 따라 유가 상승효과는 다시 상쇄될 수 있어 신흥국 증시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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