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1위 국적선사 청산 현대상선 빅2 해운동맹 탈락 기업들 해운운임부담 가중 현실 무시 금융논리로만 추진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alliance)인 2M의 정식 멤버 가입에 사실상 실패한 데 이어 한진해운마저 청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인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이 금융논리를 기반으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해운 산업은 반 토막이 났고 조선 산업은 생사에 갈림길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 위원장이 지켜온 ‘구조조정의 원칙’이 과연 무엇을 위한 원칙인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13일 금융 및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해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을 청산했을 때 가치는 1조8000억원으로, 계속가치(90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의 청산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게 됐다.
글로벌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국 컨테이너 해상수송 능력은 5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전보다 59% 줄었다. 올 상반기 160여척에 달하던 국내 컨테이너선도 정부의 구조조정 결과 70척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진해운 대신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2M 해운동맹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라는 모호한 지위를 얻으며 사실상 가입에 사실상 실패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회원인 한진해운은 청산으로 전락하고, 남은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하면서 우리나라에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한 해운사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
현대상선은 2020년에 2M과 정식가입을 재협상하기로 했고, 제2위 선사로 떠오른 대한해운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새로운 해운동맹인 오션얼라이언스나 THE얼라이언스에 들어가지 못해 이 동맹이 끝나는 2022년 이후에야 가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 결과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은 물동량 물론, 세계 해운시장에서의 지분까지 줄어 운임료 협상 등 업계 주요 이슈를 주도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해운업 물동량 축소는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한국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해운업 구조조정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채권단을 앞세운 금융 관료 위주의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눈앞의 원칙에만 집착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정부는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에 따라 유 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었지만, 실제 해운업 구조조정의 실무작업은 기재부 보다 금융위가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이 금융당국의 수장이다 보니 해운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은행 중심의 채권단 측 이해관계를 위주로 정책을 결정해 해운업 전체의 큰 그림은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 해운업의 치킨게임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지만,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은 부실 규모만 키우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외국선사들이 한진해운 물량을 대부분 가져갔다.
이처럼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나면서 조선업을 비롯해 석유화학, 철강 등 취약업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4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추가적인 자본확충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대우조선이 내년 또 한차례 중대 고비를 맞을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약한 정부의 구조조정 능력이 내년의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앞둔 취약업종 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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