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장수 ‘휴먼다큐 사랑’ 이모현·유해진 PD
세월호 비극앞에 방송 연기도 생각 “시청자들이 함께할 때 더 큰 기적”
해마다 오월, 벌써 9년째 안방을 찾고 있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찾아온 비극 앞에 “지나치게 무거운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싶어 방송 연기도 생각했다. 하지만 MBC ‘휴먼다큐 사랑’의 이모현(사진 왼쪽), 유해진 PD는 “사랑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난 이모현, 유해진 PD에게 장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랑’의 이야기를 들었다.
‘휴먼다큐 사랑’이 지난 9년간 그려온 사랑의 모습은 아프지만 따뜻하다. 희귀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 그 곁을 사랑으로 지켜주는 가족들, 숨이 끊어질 듯한 병마와의 싸움이 일상의 연속이면서도 삶의 끈을 놓치 않는 사람들의 절절한 심경이 카메라 안에 담담하게 담긴다.
“누가 봐도 사랑이 넘치고,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어 두 사람은 매해 늦가을 무렵 주인공 선정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루트(블로그, 신문, 방송, 제보)를 동원”해 적합한 주인공을 찾는다. 이후 11월경 촬영을 시작하면, 최장 6개월 정도의 시간은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주인공과 한가족이 된다. “그 날들이 너무 힘들어 다음해엔 프로그램을 맡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지만, 두 PD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휴먼다큐 사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 PD는 올해가 두 번째, 유 PD는 올해가 다섯 번째다.
9년째를 맞는 올해 방송은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우려는 있었으나, 작지만 따뜻한 울림으로 안방의 또 다른 치유제가 됐다. 가족들이 돌볼 여력이 없어 아동복지시설 삼혜원에 옹기종기 둥지를 튼 뇌병변을 앓고 있는 듬직이와 친구들( ‘꽃보다 듬직이’), 뇌종양을 앓고 있지만, 밝고 야무진 연지( ‘날아라 연지’), 희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수현이( ‘수현이, 컵짜이나’)의 이야기가 시청자와 만났고, 샴쌍둥이 호건 자매( ‘말괄량이 샴쌍둥이, 6월 2일 방송) 편이 기다리고 있다.
오랜 시간 시청자와 만나온 ‘휴먼다큐 사랑’은 “사랑이 갖는 희소가치”에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숫자가 주는 힘은 약해졌지만, 두 사람은 “시청률로만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처절한 반성을 하게 한다”거나 “평범한 것의 가치를 환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당연한 사실들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두 PD는 때문에 ‘휴먼다큐 사랑’이 “누구나 갖고 있는 ‘선성’에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사랑 없는 인생은 없다”며 “누구나의 삶에 스며든 사랑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 된다는 ‘작은 기적’도 매회 느낀다. 프로그램 게시판에 주인공들을 돕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고, 십시일반 모인 후원금이 그들에게 전달된다.
“작은 변화지만, 좋은 마음과 좋은 생각이 조금씩 모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시사 다큐프로그램을 통한 사회변화와 사랑을 통한 시청자들의 마음의 변화가 함께 할 때, 더 큰 기적이 온다고 믿습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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