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사상 초유의 ‘사무처 당직자 파업’ 사태가 벌어졌다.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親박근혜)계 지도부가 수명 연장에만 눈이 멀어 눈에 빤히 보이는 ‘꼼수’를 동원한 결과다. 지난 14일 벌어진 ‘친박계 윤리위원 무더기 임명’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리위원회의 원상복구도, 즉시 사퇴도 모두 거부한 채 ‘21일 시한부 사퇴’를 고집했다. 사무처 직원들의 성난 목소리에도 이 대표가 ‘지금(즉시 사퇴)은 틀리고, 그때(21일 사퇴)는 맞다’는 뜻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박의 생존법을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가정해봤다.
15일 새누리당 사무처는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가 윤리위의 박근혜 대통령 징계심사를 막고자 친박계 인사를 보강한 데 따른 반발 차원이다. 사무처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총회를 열어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복구라는 사무처의 요구를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거부했다”며 “이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당무 거부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결의했다. 앞서 사무처는 중앙당과 시ㆍ도당 사무처 당직자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73.5%가 당무 거부에 찬성, 나머지 26.5%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처가 당무 거부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 같은 친박계 지도부의 ‘마이웨이’는 오는 16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우선 자파 대표선수인 정우택 의원의 당선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재적의원 128명의 절반 이상이 반대(66명) 의사를 드러냈다. 여기에 충청 지역에 기반을 둔 정 의원의 옅은 계파색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영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립성향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거 구호로는 ‘당 통합’을 외치지만, ‘비박계 탈당’에 의한 분당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탈당 선택권이 없는 19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머릿수’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비박계 단일 후보인 나경원 의원의 당선을 상정하면 이 대표의 ‘자리 유지’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대표가 즉시 사퇴하고, 나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친박계는 그동안 쥐고 있던 당권을 일시에 잃게 된다.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상 당 대표 궐위 시에는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나 의원이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서 전국위원회 등을 소집해 당 해산 및 재창당을 선언하면 친박 축출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와 이장우ㆍ조원진 최고위원 등이 직을 유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친박계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 경우 이 대표의 사퇴를 친박계가 만류하고 재신임을 시도할 수 있다.
친박계는 이후 시간을 벌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에 자파가 추천한 인사를 내세우는 등 2차전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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