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고 육류담보대출을 그렇게 많이 해줬는지 이해가 안간다.”
6000억원 규모의 육류담보대출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동양생명을 비롯해 저축은행ㆍ캐피탈사 10여 곳의 제2금융사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동양생명의 대출이 3800억원에 달해 피해액이 가장 컸다. 도대체 고기를 얼마나 담보로 잡혔길래 이정도 액수가 나올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절로 들게 했다.
알고보니 담보인정비율(LTV)이 70%였다. 등기를 할 수 없는 육류에 아파트 수준의 담보를 인정한 것이다.
육류담보대출은 의미상으로는 동산담보대출로 볼 수 있지만 법규상으로는 판례로만 인정된 ‘양도담보’에 속한다고 한다. 동산담보대출은 동산담보법에 따라에 ‘법원 등기’를 통해 취급하지만 양도담보는 등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동산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만 취급하고 있고 보험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육류담보대출은 엄밀히 따져 양도담보에 속한다.
때문에 금감원은 제2금융권 ‘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양도담보대출’을 장려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6000억이 넘는 금융사고가 터진 이 시점에서 동산담보대출인지 양도담보대출인지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이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도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육류를 담보로 하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음에도 감독기관이 손놓고 있었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당시 금감원이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을 동산담보대출(혹은 양도담보대출)의 우수사례로 거론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연의 일치처럼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이후 4년간 3배 이상 불어났다.
물론 이번 사태를 금감원 탓 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8%라는 높은 수익률에 눈이 어두워 리스크는 덮어두고 앞다퉈 대출에 나섰다는 원죄는 금융사에 있다. 하지만 금감원 스스로 “동산담보는 감정평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취급상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도 법규 밖에 있다는 이유로 양도담보대출에 대한 감독을 도외시 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터진 금융권 사건 중에 금감원의 책임론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또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살보험금 사태다.
당초 보험사가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기재한 잘못된 약관을 만들었고 이를 금감원이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데서 이 사건은 시작됐다. 더 나아가 해당 약관의 문제점이 제기됐음에도 10여년이 지난 후에야 수정이 이뤄졌다. 그 사이 자살재해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미지급 액수도 커져만 갔다.
금감원이 뒤늦게 미지급 보험사에 대해 중징계를 경고하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백기를 들었지만 빅3보험사는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건에 대해서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2011년 1월24일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을 제재의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금감원이 보험사에 스스로 가르마를 타준 꼴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방침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올해 역점 목표로 위험관리를 강조했다. 금융권의 위험관리에 금감원이 역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금감원 내부의 위험관리 역시 중요해 보인다. 만약 금감원 내부에 무지(無知)와 무법(無法), 무책임이 존재한다면 이는 심각한 위험요소다.
hanira@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