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집계됐다. 5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다. 사실성 저성장의 깊은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활력이 떨어진 경제 탓에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실직, 낮아지는 임금 인상률은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거비 등 현재 대한민국 가계가 짊어지고 있는 짐은 태산과 같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다.
이는 또 다시 부메랑이 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지갑은 비어가는데,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소득은 제자리 수준인데, 유가를 필두로 가파르게 오르는 생활비는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를 반영할 경우 월급은 사실상 감소해 서민들의 한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에 그쳤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은 2015년 3분기(0.7%) 이후 5분기 연속으로 1%를 밑돌고 있다.
물가까지 감안하니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득은 0.1% 감소했다.
실질 소득은 2015년 3분기 증가율 0%를 기록한 뒤 4분기 -0.2%, 2016년 1분기 -0.2%, 2분기 0.0%로 이어지며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실질소득 감소는 명목소득 증가율이 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물가 오름폭은 더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가 오름폭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가팔랐다는 점에서 4분기 실질소득 감소폭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물가 급등은 통계상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를 기록했다.
여전히 저물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밥상 물가’다.
체감 물가로 대변되는 신선식품지수는 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생활물가지수는 0.7%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6.5%나 뛰었다. 2010년 21.3%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AI 여파로 가격이 급등한 계란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12월 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 천정부지의 주거비…아이 교육비까지 더하면 쓸 돈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주거비 또한 가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집값에 육박한 전셋값은 결국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이동하는 전세난민을 낳고 있다. 2년 마다 임대차 계약을 맺는게 서러워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에 잔뜩 겁을 먹기 시작했다.
임대차 시장의 핵심인 전셋값은 일반 서민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 있다. 지난해 전세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2015년 말 기준 4억151만원이었으나 지난해 4억2529만원으로 2378만원 상승했다. 같은 시기 전국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도 2억2694만원에서 지난해 2억3799만원으로 1105만원 올랐다.
한국인은 월 평균 수입의 4분의 1정도인 24.2%를 주거비로 내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일본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높은 주거비는 대출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원리금 부담으로 가계경제를 짓누른다. 여기에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않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2인 이상)는 한 달 평균 학원ㆍ보습교육에 22만6576원을 지출했다. 전년 같은 기간(21만4492원)보다 6%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1%)의 6배에 달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1%)보다도 6배 높다.
결국 잔고가 비어버린 가계는 은행으로 향하지만 문턱 높아진 은행권 대출에 더 높은 금리의 2금융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최근 2금융권의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결론은 돈을 쓰지 않는 수밖에…소비성향 역대 최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까지 작용하면서 가계 소비는 더욱 위축되는 모양새다. 올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경제부처에서 공통으로 소비급감을 한국경제의 최대 부담 요인으로 지목할 정도로 소비 위축은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0.2%로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4분기는 연말 쇼핑시즌과 기업 상여금 지급 등으로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고전을 한 것이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2분기(1%), 3분기(0.5%)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가 이처럼 줄어드는 데는 ‘쓸 돈’ 자체가 없는 데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돈을 최대한 저축 등으로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을 말하는 평균 소비성향에서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이는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만원의 가처분소득 중 71만5000원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했다는 뜻이다. 평균소비성향은 5년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78.2%(1·4분기 기준)로 80%에 근접했었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이보다 더 악화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조류독감 확산 등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데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어나며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이는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를 짓누르고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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