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설 기차표 예매가 시작됐던 지난 10일, 서울역에는 고향가는 표를 예매하려는 인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명절을 고향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보내려는 애틋한 마음이 대합실에서 밤샘 대기하는 고생도 잊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귀향인파가 있는가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설=고향’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점차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집에 있어봐야 취업 ‘고문’...알바 행렬=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혹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친지들이 모이는 명절은 말그대로 ‘가시방석’이자 ‘고문’이다. 물론 그들도 어려운 경제사정과 취업시장 형편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취직은 어떻게 됐니”라며 쉽게 던지는 말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돌 맞는 개구리와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휴기간 집도 피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알바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대학생 14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귀향 대신 아르바이트를 할 의사가 있다’고 한 응답자가 77.5%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27.5%, ‘불편한 자리나 친척을 피하려고’ 22.8%, ‘설에 일하면 급여가 더 높기 때문‘ 21.1%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미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연휴 기간 굳이 쉬려는 생각이 없다. 알바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더니 61.7%가 ’연휴에도 출근한다‘고 밝혔다.
▶AI때문에…“얘들아 내려 올 생각마라”=고된 명절 귀성길에 고생할 자식들을 생각해 부모님이 자식들의 집으로 올라오는 역귀성은 이젠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역귀성도 할 수 없는 부모들도 있다.
바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외지에 있던 자식들이 대거 고향을 찾는 설 명절은 AI바이러스를 전국으로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5일 현재 AI 발생지역은 전국 10개 광역시.도, 41개 시.군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역에 AI바이러스가 퍼져있다는 말과 같다. 이로 인해 살처분.매몰된 닭은 2745만 마리로 전체 사육량의 18%에 해당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금류 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들은 고향에 오겠다는 자식들을 막기에 바쁘다. 그래도 명절인데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는 부모들은 당신이 고된 서울행을 택하는 형편이다.
▶연휴엔 해외로…북새통 이룬 공항=나흘간의 공식 휴일에 휴가를 몇일만 더하면 가까운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 여행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연휴기간 공항 이용 예상 인파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설 전인 2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연휴 하루 전인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출국하는 인원이 41만67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포, 제주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의 국제선 출국자도 12만64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해외 항공편 구하기도 어렵다. 대한한공 측은 유럽노선과 호주 등 노선은 예약률에 100%에 가깝고, 미주, 동남아도 80% 이상이라고 밝혔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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