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버는 건 정해져 있는데 시부모님, 시할머니, 친정, 입학과 졸업을 앞둔 조카들까지 생각하면… 설날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밀려옵니다.”, “사라진 제 연말 성과급을 찾습니다. 명절 선물에 세뱃돈 봉투를 채우고 나니 온데간데 없네요.”, “저처럼 보너스가 없는 직업은 걱정이 앞서는 시기입니다. 매번 설만 지나고 나면 통장이 ‘휑’ 합니다. ‘명절 통장’이라도 따로 만들어야 할까요.”
27일부터 시작되는 나흘간의 설 연휴를 앞두고 ‘지출 폭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져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당장 고향집에 내려갈 차비, 부모님 드릴 용돈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정유년(丁酉年) 민족 대명절을 앞둔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최근 유진그룹이 계열사 임직원 879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7.2%가 ‘금전적인 지출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았다. 이는 ‘부모와 친척들에게 들어야 하는 잔소리’(13.3%), ‘명절 음식 준비 등 가사 노동’(10.1%), ‘부부싸움과 배우자 눈치’(6.5%)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설날에 사용할 경비 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부모님 용돈 및 선물 비용’이 61.1%에 달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설을 앞두고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 외에 ‘세뱃돈(10.3%)’, ‘차례상 및 음식마련 비용’(7.4%)’, ‘친척 선물 비용’(5.9%) 등도 부담을 주는 요소로 꼽혔다.
무엇보다도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은 명절의 훈훈함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가계의 실질소득은 하락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1분기 -0.2%, 2분기 0%, 3분기 -0.1%에 그쳤다. 지난 2014년(2.1%), 2015년(0.9%)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는 1.0%에 그쳤으나, 올해는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1.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이 더 커진 상황에서 맞는 새해와 명절이 달가울 리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1월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4%는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대해 불안감(매우 불안 25%, 약간 불안 46.4%)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69.2%)보다 불안감이 늘어난 수치다.
소득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낮았다. 올 들어 실질소득이 늘어날 것 같다는 의견은 22.7%에 그쳤으며, 대부분은 실질소득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40.6%) 줄어들 것(32.7%)으로 봤다.
변지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며 “전체 성장률의 4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료품 등 물가상승 압력은 심화되고 소비심리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수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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