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의 어느 좁은 골목길. 차를 주차하면 다른 차는 지나가기도 어려울 것 같은 그 길에 차들이 거의 벽에 붙어있듯이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사람이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벽과 차 사이는 1센치도 떨어져 있지 않다. 벽에 딱 붙여 주차를 해놓아서인지 다른 차가 지나가는 게 수월하다. 이 기막힌 광경을 만든 건 누구일까.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주차 달인 홍대훈씨의 작품(?)이다. 짓궂은 제작진은 홍대훈씨에게 황당한 미션을 제안한다. 벽에 방울토마토 몇 개를 붙여놓고 그걸 터트리지 않으며 딱 붙여 주차를 하라는 것. 주차 달인마저 고개를 갸웃하지만 웬걸? 막상 주차에 들어가자 아무런 고민 없이 척척 방울토마토에 딱 붙여 주차를 해낸다.

도대체 이 홍대훈씨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주차실력을 발휘하게 됐을까. 무수히 많은 경험 때문이겠지만 진짜 더 중요한 이유는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나 차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그 배려의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생활의 달인>은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하다 보니 달인의 경지에 이른 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때로는 노동이 만들어내는 어떤 결과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 자체가 갖는 순수한 가치를 드러내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시대.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이 덧붙여지면 현재 하고 있는 노동의 상당 부분이 기계로 대치될 것이라고 한다. 만일 로봇이 홍대훈씨가 하는 주차를 수행한다면 어쩌면 더 정확하게 해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효율성으로 보면 기계의 효율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이 대치될 경우 우리가 잃게 되는 것도 존재한다. 그건 순수한 노동에 들어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인간적 가치다.

부산광역시에서 아파트 외곽에 매달려 30년 간이나 그림과 글씨를 써왔다는 유영욱 달인은 밑그림도 없이 그 위험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척척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낸다. 멀리서 보면 오차 하나 없이 매끄럽게 그림이 그려지고 글씨가 써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달인은 오로지 오랜 경험을 통해 그런 놀라운 노동의 경지에 올랐다.

물론 이런 노동 역시 기계가 대치하면 더 정확하게 뚝딱 해결해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생활의 달인>이 유영욱씨를 통해 들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험한 일이지만 달인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심지어 콧노래를 부르며 하게 되었던 그 노동에 부여된 마음이 주는 가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남편이 한 일을 본 적이 없다는 아내는 남편이 아파트에 매달려 일하는 그 광경을 처음으로 보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 그런 아내의 머리를 괜스레 겸연쩍다는 듯 달인은 사랑스럽게 쓸어주고 있었다.

세상은 정말 빨리도 변해간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기계가 언어를 인식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 대고 “시리(siri)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 기계를 활성화시키고 간단한 질문들을 던져 일일이 손으로 조작해야했던 정보들을 불러올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핸들을 놓고도 홀로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는 장면도 심심찮게 방송에 등장한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기계들이 밀어낼 생활의 달인들이 못내 눈에 밟힌다. 그들이 만들어냈던 그 아름답던 이야기들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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