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7000평 부지 위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 -배터리 소재부터 생활화학물, 신약까지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 만든다
[헤럴드경제=대전 최정호 기자]서울에서 차로 2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첫 인상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캠퍼스였다. 화학 회사가 주는 웅장한 파이프라인과 메케한 냄새 대신,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막 꽃몽우리를 피우기 시작한 벛꽃 나무들이 반겼다.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은 단지 내 최대 민간 기업 연구소다.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 약 8만7000평 부지에 자리잡은 기술연구원 정문으로 들어가면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로 둘러싸인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오랜 역사가 만든 유럽의 대학 캠퍼스 같은 분위기다.
이곳을 지나면 지상 4층 규모의 본관동 및 7개의 연구동이 나타난다. 각각의 연구동은 생명과학연구소, 기초소재연구소, 정보전자소재, 재료연구소, 배터리연구소, 중앙연구소 및 분석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38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일하고 있으며 박사 구성비는 20%에 육박한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원천기술 및 독자기술 개발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본관 전시실에 쓰여있는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이라는 문구 그대로다. 실제 LG화학은 국내 1만7000여건, 해외 2만3000여건의 특허 등록 및 출원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주력 제품군인 기초소재부문에서는 국내 최초로 메탈로센계 촉매 기술을 독자 적으로 개발,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제품인 엘라스토머를(Elastomer)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국내 유일한 아크릴산(Acrylic Acid) 제조사로서 성인 및 아동 위생용품과 기저귀 등의 원료인 고흡수성수지(SAP)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전지부문의 성과도 뛰어나다. 이날 방문객들에게 시연해 보인 배터리용 특수 코팅 분리막(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은 200도가 넘는 고열에서도 일체의 변형 없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배터리에 강한 외부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LG화학 배터리만의 노하우다. 그 결과 LG화학 배터리는 수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GM, 르노, 다임러, 아우디 등 전 세계 30여개 자동차 고객사로부터 수백 만대가 넘는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을 ‘세계 1위’ 기술력을 가진 배터리 제조업체로 꼽았다. 이제안 배터리연구소 분리막개발팀 연구원은 “LG화학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SRS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그 동안 당사가 GM, 르노, 볼보,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LG화학의 한 식구가 된 제약 및 바이오 관련 연구동에서도 각종 첨단 실험장비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생명과학연구소는 1981년 LG화학이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설립한 ‘럭키 유전공학연구소’가 모태로, 대한민국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획득한 항생제 ‘팩티브’, 국내 최초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와 뇌수막염 백신 ‘유히브’, 국산 미용 성형필러 ‘이브아르’ 등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케미컬 라이브러리’는 LG화학의 오랜 연구개발 의지의 산증인이다. 그 동안 신약개발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합성된 수많은 물질들을 보관하고 있는 ‘케미컬 라이브러리’에는 각종 고형, 액상 화합물들이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되고 있었다. 무수한 종류의 화학 물질들을 합성하고 실험을 진행하며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만든 결실이다.
김회숙 신약연구센터 연구원은 “케미컬 라이브러리는 그 동안 LG화학이 신약개발을 위해 제조했던 물질들을 보관하는 곳인데 이곳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며 “케미컬 라이브러리의 데이터베이스가 많을수록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때 이를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개발 기간 또한 현저히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는 약 13종의 데이터베이스가 보관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이제는 모든 것이 세계로 통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R&D도 한국에서 통하는 R&D가 아니라 세계에서 통하는 R&D를 해야 한다”며 “글로벌 11위라는 현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톱5의 종합 화학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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