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변동성이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오는 23일(현지시간) 1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 대선에서 유럽연합(EU)에 부정적인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와 극좌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맞붙을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유로화는 안전자산인 엔화 대비 3% 가까이 떨어졌고 독일과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스프레드 역시 확대됐다. FT는 “이달 들어 유로 변동성이 브렉시트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며 그 이유로 프랑스 대선을 지목했다. EU에 부정적인 후보들이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지난 14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멜랑숑 후보가 국민전선(FN) 대표인 르펜 후보와 함께 다음달 7일 있을 2차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르펜과 함께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는 중도 성향 신당인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였다. 하지만 멜랑숑이 최근 두 차례의 TV토론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마크롱까지 제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멜랑숑은 오는 20일 3차 TV토론에서 특유의 유머와 직설화법으로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달러ㆍ엔 대비 유로 변동성 헤지 비용은 급등했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들은 “선거 마지막 주간에 가장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위험 헤지 흐름이 유로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선거일까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펜과 멜랑숑은 반 EU성향이다. 르펜은 EU탈퇴를 주장하고 있고 멜랑숑은 즉각 탈퇴는 아니지만 EU내 프랑스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전문가들은 르펜과 멜랑숑이 집권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보다 후폭풍이 큰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 탈퇴)와 미국의 유럽 방어의 핵심인 나토 군사 부문에서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던 프랑스가 자국의 자주성을 강조할수록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결국 EU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14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르펜이나 멜랑숑의 당선은 EU와 나토뿐 아니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슬린 브룩스 씨티인덱스 전략가는 “극우-극좌 성향 후보가 2차 결선에서 맞붙을 위험이 있다”며 “아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시장은 프랑스 대선 결과로 인한 충격에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2차 결선에서 르펜 후보가 승리할 경우 유로화는 달러 대비 98센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는 이미 지난달 말 1.09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황혜진 기자/hhj6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