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발언 “주관적 감정” 허위사실로 보기 어려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막오른 대선 선거전에서 후보자 간 검증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검증은 쉽사리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공세로 변질되고 있다. 인신공격성 흑색선전부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는 이같은 발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후보자를 당선 혹은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린 혐의다.
허위사실 공표죄는 의견이 아닌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밝혔을 때 적용된다. 허위사실이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라고 대법원은 명시하고 있다. 큰 틀에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면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 사실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유세현장에서 “문재인은 우리 전북 인사들을 차별했다.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차별했다는 말은 주관적 감정이고 의견일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인사나 예산, 정책 등에서 어떤 차별적 조치가 있었는지 밝히지 않았다면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념갈등을 촉발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발언도 허위사실공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 후보는 18일 울산 남창시장 유세에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북한과 상의할 것. 사실상 대북정책에 한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김정은이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과거에 있었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면’의 미래형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발언자가 고의를 가지고 있었을 때만 허위사실공표죄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나 피고인이 개인의 의도까지 증명하기란 어렵다. 대법원은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공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발언 내용의 출처, 피고인의 학력ㆍ경력과 사회적 지위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지난 3월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서영교 무소속 의원에게 무죄를 내렸다. 서 의원은 지난해 4월 10일 총선 유세 도중 ‘상대후보인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고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대후보였던 민병록 국민의당 후보는 원내 정당에서는 두 번째로 전과가 많았지만, 전국 후보 중에는 여섯 번째로 많았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서 의원이 즉흥 연설을 하던 과정에서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 의원의 발언이 1회에 불과하며 유세 도중 '다른 후보들이 전과가 얼마나 많은지 꼭 공보물과 사이트를 찾아보라'고 말한 점, 해당 지역구에서 과반수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한 점 등을 고려해 서 의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비방이 아닌 정당한 후보자 검증이었다고 피고인이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밝힌 내용이 진실이거나,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같은 사실을 알린다는 동기가 있다고 판단할 때만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인다. 지난 2007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각종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해호 씨도 법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은 이미 잡지 등에서 다뤄진 것으로 경선과정에서 검증사항이 될 개연성이 있었던 점, 이명박 캠프 관계자들이 제3자인 김 씨를 내세워 기자회견과 검증 요청을 한 점을 들어 “박근혜를 낙선시키고 이명박을 당선시키겠다는 사적 이익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동기였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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