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능인에게 ‘논란’은 독이다. 부적절한 발언(김진표, 함익병)이 됐든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은)이 됐든, 선거철의 특정후보 지지 유세(김정태)가 됐든 일단 포착되면 순식간에 ‘물의 예능인’이 된다. 이들 네 사람은 올 한 해 논란의 주인공이 되며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네 사람 모두 ‘가족예능’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배우 김정태는 적지 않은 고민 끝에 출연 중이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스스로 떠났다. 앞서 나동연 새누리당 경남 양산시장 당선자의 유세현장에서 아들 ‘야꿍이’(본명 김지후)와 등장했던 것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나 당선자는 당시 선거 블로그에 ‘야꿍이와 야꿍이 아빠와 함께하는 나동연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김정태의 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선거유세를 하든 정치적 의도가 없는 친분으로 맺어진 관계이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육아예능’으로 인기가 껑충 뛴 출연자와 그의 아들이 유세현장에 등장했고, 특정 정당의 선거 스태프가 이를 ‘홍보’했다는 데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논란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나 당선자가 해당 사진을 삭제한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김정태의 선거유세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선거 유세에 아이를 이용했다”며 비난했고, 이후 김정태의 소속사 측을 비롯해 그의 아내, 나동연 당선인까지 나서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해명이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진 것도 화근이었다. 김정태는 결국 다른 가족들에게 더이상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작진 역시 그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김정태에 앞서 가수 김진표, 이은, 함익병도 여론의 포화를 맞으며 프로그램을 떠났다.
김진표는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희화화하는 인터넷 조어(운지)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이미 “김진표가 나오면 방송을 보지 않겠다”는 반응 때문에 MBC ‘일밤-아빠!어디가?’ 시즌2는 몸살을 앓았지만, 제작진은 김진표와 딸의 출연을 강행했다. 하지만 김진표 역시 프로그램 적응을 이유로 스스로 하차했다.
SBS ‘오!마이 베이비’를 통해 8년 만에 대중과 다시 만났던 걸그룹 샤크라 출신 이은의 경우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육아뿐 아닌 가족들의 실생활을 보여준 이 방송에서 이은은 시아버지가 경영하는 ‘아일랜드리조트’의 부실경영 및 공사대금 미지급 논란으로 방송 3회만에 중도하차가 결정됐다.
‘국민사위’ 별칭을 안았던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도 SBS ‘자기야-백년손님’을 통해 인기를 모으다 지난 3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 당시의 발언이 논란이 돼 프로그램을 떠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네 사람은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쏟아진 큰 범위의 ‘가족예능’ 출연자들이다. 국민MC 없이도 관찰 카메라 안에서 자신을 비롯한 아이, 부모까지 가족들의 평소 생활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들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리얼하다. 군대, 정글 등의 극한의 체험이 아무리 리얼하다 해도 자기 집 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연예인과 방송 출연은 해본 적도 없는 연예인 가족의 본모습이 시청자들에겐 소박해도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더이상 판타지가 가미된 스타의 삶이 아닌, 우리집에서도 있음직한 한 장면이었기에 공감도 높았다.
가족예능 트렌드는 때문에 논란의 주인공을 품기엔 여론의 포화가 상당하다. 자칫 아이를 앞세운 이미지 세탁 논란(‘유자식 상팔자’ 강용석, 김진표)에 휩싸이기 일쑤고, 가족의 잘못은 연예인 개인의 잘못이 된다. 과장이었거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던 발언이라 할지라도 가족예능을 소비하는 시청자의 정서는 민감한 결과를 불러온다.
특정 출연자의 논란은 제작진에게도 난감하다. 그 대상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이었다면, 논란과 무관하게 제작진이 탐낼 만한 캐릭터였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함익병은 ‘자기야-백년손님’이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고, 이은은 ‘오!마이 베이비’의 정규방송 확정 이후 호화로운 시집살이와 여리고 순수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김진표의 출연을 강행할 당시 ‘아빠!어디가?’의 정유정 PD는 “김진표 역시 그저 평범한 아빠였다”며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을 정도로 섭외하고 싶은 출연자였다. 하지만 논란을 막을 길은 없었다. 공공재를 다루는 방송사 관계자들이 시청자 정서를 외면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의 의지와는 관계 없는 하차 결정이 ‘울며 겨자먹기’인 경우도 상당하다.
자진하차를 결정한 김정태 논란을 지켜보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촌평은 이랬다. 진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연예인이 누굴 지지하든, 그냥 봐주면 안 되나요? OO당(특정 정당 언급) 지지자들만 미친게 아닌 듯.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라고 적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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