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한발 더 나아가 ‘종료’까지 발언하면서 한미FTA의 앞날이 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크기 때문에 “끔찍한(horrible)” 한미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한미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이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최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미FTA를 손보겠다(reform)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일단 미국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어서 한미FTA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이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한미FTA는 미국 수출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것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졌다. USTR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미FTA 협정이 미국의 아시아 내 핵심전략 파트너와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수출업체를 위한 한국의 사업 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미국 내에서 한미FTA 재협상론은 한발 물러났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재협상보다 더 파장이 큰 ‘종료’까지 언급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설득에도 미국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간다면 그동안 면제돼온 ‘물품취급수수료’가 부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한미 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對美) 직접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 에 따르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상정한 것은 부분개정이다. 미국이 물품취급수수료(MPF)를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MPF는 미국이 통관단계에서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 외 수수료를 말한다. 송장 건당 최소 25달러에서 최대 485달러까지 부과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MPF를 면제받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MPF를 부활한다면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동시에 한미 FTA를 자국에 유리하게 손봤다는 정치적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대미 수출이 약 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미 FTA가 종료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양국 무역은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된다. 한미 FTA에서 양국의 세율은 0%에 가깝다. 하지만 MFN 관세율은 한국 4.0∼9.0%, 미국 1.5∼4.0%로 올라가기 때문에 양국 교역이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對) 한국 수출 감소 폭은 15억 달러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액 13억 달러보다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 및 배경 등 구체 사항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그동안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온 만큼, 앞으로도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면서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미측에 설명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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