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여건은 경제활력” 기업과 정부는 순망치한의 관계 갈등 아닌 ‘상생의 선순환’ 필요
재계, 문재인 정부 ‘코드찾기’ 분주 “경제정책 서둘러 불확실성 걷어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일 동안 재계는 새 정부 코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통령 당선 후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다짐한 재계는 다만 당장 신규채용 등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경영 환경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주요 그룹들은 특히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대표되는 각종 재벌개혁 정책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새 정부 정책 방향이 신속히 확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희망했다. 또 새 정부가 대기업과 재벌을 무조건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사드보복, 북핵위기 등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계를 구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신(新) 상생모델’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부-기업 新상생 모델 만들자=세계는 지금 기업 기 살리기 전쟁 중이다. 미국은 법인세를 절반 가까이 낮추겠다고 나섰고,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새 대통령을 만든 프랑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법인세율을 인하했거나 유지한 국가는 28개국에 달한다. 반면 인상을 선택한 나라는 그리스와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했다. 눈 앞의 조세 한푼 대신,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에 따른 중장기 경제 성장과 조세 확충의 길을 택한 것이다.
새 정부도 이런 대세를 일단 수용하는 모습이다. 당초 선거전에서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전후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했다. 자본과 기업의 국경이 사라진 세계화 시대, 흐름에 역행했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 시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 정부 1번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라며 “정부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유도해야 하고, 이는 결국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유연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로 인해 대기업들이 도급하청을 늘리거나 해외로 가곤 한다”며 “결국 노동 유연성을 높혀, 더 많은 고용이 창출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J노믹스’ 경제정책 대응책 마련 분주한 재계=그래도 기업들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다. 경제 수장이 정해지기도 전에 권력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업 압박설 때문이다.
이미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재수사해 총수 구속을 암시하거나, 최저임금을 필두로 한 가파른 임금상승, 금산분리ㆍ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엇갈린 멘트 앞에 투자와 고용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주요 그룹들은 문 대통령의 최우선 중점과제인 일자리 정책과 앞으로 진행될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자료 수집과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가 대기업 주도 성장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줄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공일자리 확대 등 국가 주도 정책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들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독려하려면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면서 “기업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새 정부 경제정책을 신속하게 정리 발표해서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팀 진용 얼른 확정하고 대기업과 소통 서둘러야=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등 경제팀 진용을 완성하는대로 재계와의 소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선 1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아직 대기업 회장이나 경제단체장과 만남을 갖지 않은 상태다. 조기대선으로 선거 종료와 동시에 취임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등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전경련을 방문해 대기업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전 정권에서 정경유착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 정부는 그런 부분을 더욱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 “정경유착은 당연히 끊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들과의 교류가 소원해지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이든 서로 만나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공약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진보정권, 보수정권을 떠나서 기업이 세금 납부와 일자리 창출의 주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면서 “이번 정부도 경제 공약들 중 정말로 강하게 추진할 것과 현실적으로 시기 조절이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호ㆍ배두헌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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