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변 월세수익률 탁월 ’방 쪼개기‘ 불법개조 성행 기숙사신축에 주민반대 거세 文 “5만실 공급” 약속에 희망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명지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21ㆍ여) 씨는 올해부터 생활비가 부쩍 늘었다. 대학 기숙사에 탈락하는 바람에 인근 원룸에서 월세살이를 시작한 탓이다. 김 씨는 “재학생 할당비율이 워낙 낮아 각오는 하고 있었다”며 “기숙사 합격이 효도라는 말을 요즘 절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주거복지 문제는 비싼 민자기숙사 비용 등의 문제도 있지만, 기숙사의 절대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대학들이 입학 정원은 대거 늘리면서도 그에 걸맞는 수준의 기숙사 수용 능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가 주변에 원룸 임대상권이 형성됐고, 그것이 오히려 기숙사 수를 늘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총신대학교가 학교 부지 내 기숙사를 증축하려하자 주변 주민들이 안전 문제와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갈등조정 전문가를 투입해 대학과 주민 간의 의견 접점을 찾고 있다.
서울 총신대학교가 학교 부지 내 기숙사를 증축하려하자 주변 주민들이 안전 문제와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갈등조정 전문가를 투입해 대학과 주민 간의 의견 접점을 찾고 있다.

23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 입사 경쟁률은 평균 1.5대 1이다. 수용가능인원은 6만6710 명에 불과한데, 9만7515 명이 지원했다.

서울 지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전체 학생 수 중 기숙사 수용 비율)은 14%다.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 비율이 3분의 1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용률은 40%로 추정된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은 주변 지역 임대상권을 팽창시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전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93%인데 반해, 대학들이 밀집한 지역의 임대수익률은 평균을 훨씬 웃돈다. 경희대ㆍ한국외대ㆍ서울시립대학교 등이 있는 동대문구는 5.57%, 한양대가 있는 성동구는 5.51%, 건국대가 있는 광진구는 5.27% 등이다. 돈이 되다 보니 불법적으로 건물을 개조해 방을 늘리는 일명 ‘원룸 쪼개기’도 수차례 적발됐다.

건국대 인근의 T 공인중개사는 “퇴직자들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월세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재개발이 안되고 있는 자양동 등 일대에 신축 원룸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려대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입학생은 해마다 줄어드는 데 취업이 안되니까 학교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학교 바로 옆은 너무 비싸니까 다소 거리가 있는 보문동, 월곡동까지 문의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숙사 5만실을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당장 기존에 신축을 추진하던 기숙사들마저 주민들의 반대를 뚫어야 한다.

고려대는 학교 부지에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새로 짓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이 산림 훼손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해 4년째 공전 중이다. 총신대와 한양대에서도 안전과 소음 문제, 풍기문란 등을 이유로 내세운 주민 단체의 반대에 직면했다. 성북구 동소문동과 성동구 응봉동에서는 학교 부지가 아닌 곳에 행복기숙사를 지으려던 계획마저 임대업 등을 하는 주변 주민들이 막고 나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 쪽에서 시설 및 교육 콘텐츠 공유 등 지역 상생 차원에서 내놓는 제안들이 있지만, 임대업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과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화여대, 세종대 등에서도 갈등을 원만히 해결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중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기숙사 공급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기숙사를 갖추고 대학이 설립됐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라며 “대학이 강한 의지를 갖고 문제의 해결에 중심에 설 필요가 있고, 교육부도 대학 평가 기준에 기숙사 수용률을 반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