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컴퓨터 그래픽(CG)이라는 걸 잊었으면 좋겠다”
27일 오후, 세계 최고의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한국인 스태프 임창의, 최종진 선임 조명기술 감독(Senior Lighting TDs,Technical Directors)을 만났다. 두 감독은 다음달 16일 개봉하는 SF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CG 및 모션캡처를 담당했다. 이들은 “시골(?)같은 뉴질랜드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고층빌딩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고 어안이 벙벙해하면서도 오랜만의 고국 방문에 들뜬 모습이었다.
2011년 선보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40여년 전 고전 ‘혹성탈출’(1968) 시리즈의 프리퀄(시리즈 이전 이야기)이었다. 당시 영화는 ‘완벽에 가까운 프리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평단의 찬사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3년 만에 돌아온 ‘혹성탈출’ 프리퀄 두 번째 이야기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전작의 성공을 이끌었던 루퍼트 와이트 감독 대신 ‘클로버 필드’, ‘렛 미 인’을 연출했던 맷 리브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에 대한 찬사가 컸던 만큼 감독이 교체된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터. 최종진 감독은 “(감독이 교체된 부분에) 당연히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한 가지 희망을 걸었던 건 ‘클로버 필드’를 보니 단순한 소재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넘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더라. 디테일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창의 감독 역시 “처음엔 감독이 바뀐 것에 실망을 많이 했는데, 맷 리브스 감독과 작업하면서 전작보다 더 뛰어난 작품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 변화를 전했다. 그는 “(맷 리브스 감독은) 엄청난 기술을 쏟아부으면서도 기술력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 추구하는 면이 강했다. 대개는 화려한 CG를 요구하는데 맷 리브스 감독은 튀는 걸 오히려 싫어했다. ‘이 쇼트는 너무 아름답다(beautiful)’고 지적하는데 그게 부정적인 의미였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나름의 도전과 배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데도 도전했다. 이름하여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 전작에선 세트장에서 촬영한 뒤 배우와 CG 배경을 결합하는 방식(‘모션 캡처’)으로 작업했다면, 이번엔 85% 이상을 야외에서 촬영했다. 덕분에 블루스크린에서 나홀로 연기하던 배우들이, 열대우림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을 보유한 건 현재로선 웨타 디지털이 유일하다.
최종진 감독은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유인원의 ‘털’을 꼽았다. 관객 입장에선 털을 CG로 표현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유인원 하나당 털이 수백만 개~수천만 개에 이른다. 또 촬영지 환경에 따라 마른 털, 젖은 털, 물방울 맺힌 털, 덜 마른 털 등으로 다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그는 “과거엔 젖은 털을 표현하기 힘들어 비 내리는 장면을 피하는 방향으로 촬영되기도 했다”며 “‘아이언맨’처럼 반짝반짝하는 로봇보다 생물과 같은 비정형 존재들이 표현하기 훨씬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임창의, 최종진 감독은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웨타 디지털엔 20개국 넘는 국가 출신이 섞여있고 비영어권 사람들 대부분이다. 해외 업체들은 지원자의 능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지 언어나 학벌·성별·나이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 역시 “회사에 유학파가 절대적으로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반반이다. 한국에서 온 분들도 언어와 관계없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우리 직업이 결국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지 않나. 생각해 보면 타인을 즐겁게 하는 직업이 그렇게 많지 않다. 심지어 고통을 주는 직업도 있는데…(웃음) 우리가 만든 결과물에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며 만족감을 느낀다. 그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임창의 감독)
[사진 제공=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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