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중심 여름철 男 반바지 출근 일상 -대기업도 허용…일부 “예의없어 보일까” 걱정 -직장인 44% “자율 복장이라도 반바지는 좀…”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직장인 이현수(30) 씨는 아토피성 피부를 갖고 있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이면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무릎 뒤 오금 주변으로는 소위 말해 피부가 ‘뒤집어’ 졌다. 피부과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성 연고 처방과 함께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땀이 차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했다. 이 씨는 문득 다음주에도 입고 출근해야 하는 정장 바지가 원망스러워졌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정장 바지와 셔츠, 재킷과 구두를 챙겨 입어야 하는 남성 직장인들의 불편함 호소가 이어진다.

2일 IT 기업이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주변에서 반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2일 IT 기업이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주변에서 반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넥타이를 하지 않는 노타이 차림 정도를 ‘쿨비즈’라고 하지만 긴 바지와 구두로 인한 더위와 땀은 여전하다. 2015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반바지 출근을 허용했다. 삼성이나 SK텔레콤 같은 경우도 부서에 따라 반바지 착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반바지는 예의가 없어 보인다’는 인식 탓에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의 한 금융사에서 근무하는 안준홍(49) 씨는 “외부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 특성 때문이라도 회사에서 갖춰 입기를 바란다”며 “다른 곳은 모르지만 우리 회사에서 반바지는 무리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정현(29ㆍ여) 씨는 “거래처에서 나온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 반바지를 입고 나온 것을 보고 ‘우리 회사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며 “상대방 회사 내규가 자율 복장이라곤 하지만 적당히 가려서 입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여름철 근무 복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4.4%는 “반바지ㆍ슬리퍼를 제외한 부분자율 복장”으로 답했다. 아무리 더워도 반바지까지는 안 된다는 심리적 거부감이다.

2일 IT 기업이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주변에서 반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2일 IT 기업이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주변에서 반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한편 반바지 출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IT 기업 직장인들은 반바지 근무의 장점을 말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의 한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김명훈(34) 씨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편인데 반바지를 입고 일하면 훨씬 땀도 덜 나고 업무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여성들은 치마, 반바지에 샌들 편하게 신는데 남성들에겐 긴 바지와 구두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근처 컨설팅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오제영(28) 씨는 “더위를 많이 타는데 사내 분위기 덕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어 좋다”며 “현재 회사에서 막내급인데도 다들 서로 복장에 대해 신경 안 쓸 정도로 편하게 입는다”고 했다. 오 씨는 “샌들도 회사에선 편하게 신으라고는 했지만 그건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아직 잘 신지 않는다”고 했다.

오 씨의 직장동료인 정진우(26ㆍ여) 씨는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남자들이 편하게 입으면 여자들도 편하게 입을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며 “예의가 없어 보인다, 다리털이 거슬린다 말도 있다곤 하지만 그건 개인 취향인 것 같고 딱히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