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세포 프로그래밍해 재주입 암세포 골라 파괴 ‘혁명적 치료법’
FDA 승인 ‘킴리아’ 83% 정상회복 길리어드 ‘KTE-C19’ 승인 임박 5억원대 고가 치료비는 과제로
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기존 완성 형태의 항암제를 환자 몸 속에 주입하는 방법이 아닌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쫓아가 공격할 수 있는 수용체를 탑재해 다시 환자 몸 속에 재주입을 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가 나온 것이다. 이는 암세포만을 골라 파괴시키고 또 다른 암세포가 나타나더라도 새로운 암세포를 찾아 사멸시킨다. 마치 한 번 목표물이 정해지면 끝까지 쫓아가 파괴시키는 유도탄과 같은 군사 무기가 항암제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진화된 치료 형태로 평가되는 이유다.
▶미 FDA, 노바티스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 승인=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0일 노바티스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CTL019)’에 대해 난치성 또는 재발 및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킴리아는 3~25세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가장 흔한 소아암 중 하나다.
FDA는 임상에서 킴리아의 뛰어난 효능을 인정해 사용 승인을 허락했다. 임상시험에서 킴리아를 투여한 백혈병 환자 63명 중 3개월 뒤 83%에 해당하는 52명이 ‘완전관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완전관해란 진단 당시 증세가 정상 범주로 회복되고 골수에 존재했던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달 12일 개최된 미 FDA 항암제자문위원회에선 참석 인원 10명 전원이 킴리아의 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위원들은 이 치료제에 대해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질병을 종료시킨다는 의미에서 ‘살아있는 약(a living drug)’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스콧 고틀리브 FDA 국장은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다시 프로그래밍해 치명적인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의학 혁신의 새로운 영역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CAR-T 치료제, 면역세포에 암세포 공격 인자 장착한 ‘유도탄’=킴리아의 승인이 의미있는 이유는 앞으로 암 치료에 있어 CAR-T 치료제 사용이 점차 확대되는 물꼬를 텄다는데 있다.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작용기(수용체)를 말한다. 즉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세포인 T세포 속 DNA에 암세포를 인지하는 유전자를 주입하고 이를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한다. 그러면 이 세포가 암세포만을 골라 쫓아가 사멸시키는 작용을 한다. 기존 치료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는 반면 CAR-T 치료제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때문에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시키면서 암세포만 사멸하는 매우 ‘스마트’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치료제도 완벽하진 못하다. 우선 고열, 독감, 저혈압, 급성 신장 손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전신 염증 반응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도 나타날 수 있다. 킴리아 임상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은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고가 치료비도 장벽이다. 이 치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47만5000만달러(약 5억3000만원)로 책정됐다. 일반 환자로선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비싼 치료 비용이긴 하지만 환자 개인 유전자에 맞춰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고 치료제 제조에도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점 때문에 높은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 치료제는 단 한 번만 투입하면 되기에 연 단위로 발생하는 비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AR-T 치료제 가능성 봤다’ 제약사들 개발 ‘붐’=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선건 노바티스뿐만이 아니다. ‘비리어드’, ‘소발디’ 등 간염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길리어드’는 최근 CAR-T 치료제 개발사인 ‘카이트파마’를 주당 180달러, 총 119억달러(약 13조 399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길리어드는 카이트파마가 개발한 CAR-T 치료제 ‘액시캅타젠 시로루셀(KTE-C19)’의 상용화가 임박해지자 이 가능성을 보고 거액의 투자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KTE-C19는 지난 3월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NHL) 환자 대상 임상 연구를 통해 효능을 인정받았다. 현재 미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FDA가 KTE-C19의 효능을 긍정적으로 볼 경우 올 해 안에 FDA 승인을 받는 두 번째 CAR-T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테라퓨틱스’와 ‘블루버드 바이오’ 등도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사 중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선 곳은 ‘녹십자셀’과 ‘바이로메드’ 등이 있다. 다만 국내사의 개발은 아직 실험실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차세대 면역조절 치료제인 CAR-T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현재 실험실 연구 단계를 진행 중이며 연내 동물실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FDA 승인을 받은 킴리아가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타겟으로 한다면 우리가 개발 중인 치료제는 고형암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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