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호ㆍ공서명위조 및 행사로 처벌 대상 -시계제작 시초는 박정희…위조는 MB때부터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시계, 저도 아직 못 받았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청와대 경내를 직원들과 산책하던 중 시계를 달라는 요청을 받자 내놓은 답이다.
문 대통령 손목시계가 인기다. 흰 바탕, 동그란 모양, 베이지색 가죽 줄,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새겼다. 뒷면에는 ‘사람이 먼저다’는 글귀가 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원가 5만원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 시계가 77만원에 올라와 화제를 끌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문 대통령 시계 사진을 인쇄해 손목에 차거나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대통령 시계를 제작해 판매할 경우 법적 문제는 없을까.
대통령 시계를 제작하면 ‘공기호ㆍ공서명위조’ 및 ‘위조공기호ㆍ공서명 행사’로 처벌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시계수리업자 A씨는 2015년 1월 ‘박근혜 시계’를 제작했다. 박 전 대통령 서명과 휘장을 흉내낸 문자판을 개당 1000원에 10개 만들어 판매했다. 도매상을 거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당 10만원에 판매됐다.
A씨는 앞서 2008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명박 대통령 시계’를 70여개 만들어 판매한 혐의,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13년 1월부터 박근혜 시계를 130여개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피하지 못한 A씨는 항소심을 거쳐 징역 6월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A씨에 적용된 ‘위조공기호ㆍ공서명 행사’ 혐의에 대해 “위조 사실을 아는 공범자 등에게 위조된 물건을 제시 교부하는 경우에는 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며 무죄로 봤기 때문이다. 위조공기호ㆍ공서명 등 행사죄는 위조된 물건을 진품처럼 사용할 경우 성립한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시계 도매업자 등 일당 4명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통령 시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초다. 1970년대 새마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한 뒤 손목시계를 선물로 준 것이 처음이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선물 품목에 손목시계를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통령 시계를 불법 제작한 사례는 언제부터일까. 대법원 전국 판결문 검색을 통해 살펴본 결과 역대 대통령을 대상으로한 시계 위조 범죄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처음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시계가 제작된 것을 고려하면 시계 위조 범죄의 역사는 짧은 세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감히 무서워서 ‘짝퉁 대통령 시계’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이후 문민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시계의 후광 효과가 떨어졌다가 이명박 정부부터 권력 과시용으로 다시 그 수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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