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오는 18일 유엔총회 순방을 앞두고 북한이 ‘보란 듯’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특히나 전날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밝히자 추가 도발로 응수한 북한이다. 유엔 순방을 앞두고 전술핵 반대ㆍ인도지원 허용 등 대북 유화책을 선보인 우리 정부이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로 오히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만 가중된 형국이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건 우리 정부로선 시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다. 전날 통일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 기조와 엇박자란 지적에도 “인도주의와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최종 결정 시점은 21일로, 이날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이다. 기조연설에도 이 같은 대북 인도지원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나 북한이 대북인도지원 발표 단 하루 만에 미사일 도발로 응수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통일부나 청와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사전 감지하고도 대북 인도 지원 방침을 강행한 셈이 된다. 외교ㆍ안보 라인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혹은 북한 미사일 도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때에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시기와 형식을 택해 대북 지원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체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에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외교에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을 취하고 문 대통령 역시 지금까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역시 유엔총회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 순방 기간 문 대통령이 밝힐 대북정책의 골자를 사전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강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실기(失期)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 전망이다. 전술핵이나 핵무장 등이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북한을 향한 추가 압박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너무 성급하게 카드를 소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이날 북한이 추가 미사일을 도발했지만, 이에 따른 추가 압박 카드는 마땅치 않다.
유엔 순방 때 밝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이번 북한의 추가 도발 여파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불구, 북한이 오히려 기존 발사보다 더 사거리가 긴 미사일로 강경 대응하면서 오히려 한반도 긴장감은 더 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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