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일 오후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 업계와 대책회의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열흘간의 추석명절 연휴 동안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한 통상강압박은 강도를 더해만 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이끌어냈고, 한국산 세탁기를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도 현실화했다.

이처럼 미국의 통상 압박이 높아지지만 북핵 위기 앞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우리로선 대응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전자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째 산업 피해 판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가정용 전자제품 제조사 월풀이 삼성·LG전자를 겨냥해 낸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자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만장일치 판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이다.

이에 따라 이후 표결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삼성·LG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과 수입량 제한 등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이프가드는 원산지와 상관없이 해당 회사 제품 수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반덤핑 관세보다 파급력이 크다. 세이프가드가 내려지면 연 10억달러(1조1500억원)에 이르는 삼성·LG전자 미국 세탁기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진행 중인 가전공장 건설 사례를 강조,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車ㆍ철강ㆍ농산물 ‘발등의 불’=한미 양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 FTA를 개정하기로 하고, 개정 협상 시작을 위해 두 나라의 국내 절차를 밟기로 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재앙’이라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결국 FTA 개정을 원치 않았던 한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셈이다. 결국, ‘당당한 대응’, ‘FTA 효과 분석부터’를 외치던 우리 정부가 개정협상 절차에 들어가기로 급선회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 자동차와 철강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FTA 체결 이전으로의 교역 조건 복원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개정협상 시나리오다. 미국은 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다.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는 철강 분야는 울상이다. 한미FTA 개정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농업 분야도 개정협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22일 한미FTA 공동위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한국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가 개정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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