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첫 재판
-양측, 사실상 모든 쟁점 공방 예고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12일 본격 시작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은 이날 첫 재판부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여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61) 씨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88억 2800만 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이날 법정에서 1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고, 1심 판결 핵심인 ‘부정한 청탁’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T)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20억여 원도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다른 기업들도 재단에 출연한 점 ▷ 삼성 측이 재단의 성격이 최순실 씨의 사익추구를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 점 ▷청와대 주도로 전경련을 통해 재단 설립이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해 재단 출연금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9월 단독면담에서 승마지원 약속을 했고 유착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재단을 지원했다”며 “삼성은 다른 대기업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은 재단 설립 업무 등이 교육문화수석실이 아닌 경제수석실 주도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대가와 무관하게 지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 당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도 특검팀은 주장했다. 1심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 당시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특검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포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어 ‘암묵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독대 전후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시적 청탁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1심에서 인정된 ‘포괄적 승계 작업’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당연히 예정돼있었고 승계 작업은 없었다”며 “이 부회장은 충분한 지분이 확보돼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포괄적 승계작업을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은 승계작업의 존재에 대한 상당 부분을 김상조 증인(현 공정거래위원장)의 진술에 의존할 뿐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에서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한 것도 법리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은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청탁을 인정할 수 없지만 포괄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는 원심 판단이 그 자체로 모순되지 않는가 의심할 수 있다”며 “이는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같다”고 했다.
양측은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다. 이 부회장 측은 “안 전 수석은 단독 면담에 참여하지 않고 사후에 박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말을 수첩에 적은 것”이라며 “전문법칙이 적용돼 증거물인 서면이 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특검팀은 “수첩은 안 전 수석의 자필이고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했기 때문에 진술서로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감색 양복 차림의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지난달 1심 선고공판 이후 2개월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과 변호인, 특검 관계자를 주목하며 재판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범으로 지목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도 피고인석을 지켰다.
yeah@heraldcorp.com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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