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기범이 맡긴 20억원 써

“‘불법원인급여’ 해당 안돼”

[헤럴드경제] 현직 변호사가 투자사기범이 맡긴 범죄수익 수십억원을 몰래 쓰다가 걸려 실형을 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44) 변호사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전 변호사는 지난 2014년 투자사기범인 신모 씨의 50억원을 해외계좌로 송금하는 위탁계약을 맺었다. 신 씨는 고수익 해외투자를 미끼로 수백명의 투자자들에게 489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맥심트레이더 유사수신 사기사건’의 주범이었고, 전 변호사가 계약한 50억원은 이 범죄수익이었다.

전 변호사는 이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고는 송금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20여억원을 개인 빚 탕감, 사무실 비용 지불 등에 사용하다 걸려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신 씨가 맡긴 50억원이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은 불법을 원인으로 지급된 재산은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불법원인급여가 인정되면 전 변호사는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무죄가 된다. 1, 2심은 “신 씨가 전 씨에게 의뢰한 것은 현행법 내에서 적법한 수단을 통해 송금해 달라는 것이지, 범죄행위를 의뢰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며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 고도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무를 지는 전 씨가 의뢰인의 믿음을 저버리고 위탁한 금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은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더라도 자금의 위탁이 적법하게 이뤄져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면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