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출항하는 신동빈호(號)에 거센파도를 이겨낼 평형수가 채워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주사 전환과 함께 계열사별 경영을 책임질 인재들을 발탁해 전진 배치시켰다. 특히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2인자’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전날 롯데 인사에서 유통ㆍ식품ㆍ금융 등 28개 계열사에서 모두 174명이 승진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를 선포하고 4개 사업부문(BU)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올해 인사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관련기사 19면 이번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점은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의 부회장 승진이다. 롯데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원준 유통BU장, 송용덕 호텔ㆍ서비스BU장, 이재혁 식품BU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당시 황각규 사장은 그룹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재판 결심에서 황 사장이 무죄를 받자, 유통업계와 재계는 그의 부회장 승진을 예견했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4월 롯데그룹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부터 롯데지주 출범 등 굵직한 행사에 참석해 신동빈 회장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맡았고, 올초에는 신 회장과 별도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그룹내 2인자 자리를 공공히 했다.
황 신임 부회장은 1955년생으로 경남 마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1990년 신 회장이 경영수업을 위해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들어오면서 처음 만났다. 이후 신 회장을 따라 그룹 핵심부서인 정책본부(현 경영혁신실)로 자리를 옮겼다.
황 부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도 불린다. 정책본부에 있을 당시 2004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2009년 두산주류(롯데주류) 등 굵직한 M&A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온 신 회장과 함께 두 사람은 상장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 측은 한국 롯데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아온 호텔롯데를 상장시킴으로써 일본 롯데의 간섭을 배제시키고 국적 논란을 끊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봉철 롯데지주재무혁신실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은 ‘투명경영’을 위해 롯데그룹이 반드시 풀어내야만 했던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롯데에 입사했다. 정책본부 재무팀장, 롯데손해보험 대표를 지내며 재무와 금융에서 두각을 보였다. 2015년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이 실패하자 지난해 계열사의 분할합병 방식을 통한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주사 출범과 롯데월드타워 오픈 등으로 그룹의 큰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지난해 신설된 4개 부문의 BU체제를 유지하는 등 조직의 안정을 추구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greg@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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