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소상공인 공방 속 소비자 권익 외면 -롯데몰 상암 사업 표류도 지역주민에 피해 -중소농가 등의 생존문제 등도 검토 필요성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소비자 편의에 영향 주는 법을 논의하면서 왜 소비자 의견은 반영하지 않나요?’(소비자 커뮤니티 게시글 중)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연일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 보호’ 논쟁 속에서 정작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 문제는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유통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종사 비율이 높거나 영세한 것으로 판단되는 생계형 사업 분야에 대해 대기업 진출을 법으로 막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 성장은 물론, 산업 경쟁력 약화와 통상 마찰 등이 우려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현재 제과점업 등 서비스업 19개 품목 포함한 24개 품목 만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또한 대부분 6월 30일 만료를 앞두고 있어 ‘보호 울타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와 관련해 국회서는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 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기업의 사업 축소와 철수 명령, 위반시 처벌 조항 명시 등은 유사하나 신청 자격과 자격 기간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조율하는 방안 고려 중이다. 법안 취지에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위원회 절충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가운데 소비자 단체 등에선 소비자의 선택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최근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와 관련해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는 자신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택할 권리가 있다”며 “대기업 제품을 구매할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지는 소비자가 품질, 가격, 쇼핑환경 등을 따져보고 스스로 선택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의 유통규제 일환으로 발목이 잡힌 롯데몰 상암 사업에서도 소비자 목소리가 배제돼온 건 마찬가지다. 2017년 완공 예정이었던 롯데몰 상암은 망원시장 등 지역 상권의 반발로 5년째 첫삽을 뜨지도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상암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서부지역발전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롯데몰 부지가 흉물스러운 상태로 수년 간 방치되면서 지역상권이 죽어 자영업자를 포함한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그간 피해에 대해 서울시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5000여명 규모로 예정됐던 채용 계획도 덩달아 보류됐다. 이에 따른 피해도 일반 구직자 등 대중의 몫이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논의 속에 대기업과 협력관계인 중소농가 등의 목소리가 외면되는 문제도 지적된다. 앞서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됐을 당시, 대기업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산 콩 농가 수입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막걸리도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된지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15% 줄었다.

특정 식품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견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외에도 온라인쇼핑, 해외직구 등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 정부는 단순히 대기업만 배제하면 소상공인이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답답하다”며 “단순히 표를 의식해 소상공인 보호 만을 외칠 게 아니라 소비자 권익과 폭넓은 상생 의미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