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그래 맞다. 매너가 중요하다. 그런데, 무엇이 매너일지 헷갈릴 때가 있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골목길. 이상하게도 가는 방향이 겹치는지 한 남성과 여성이 계속 함께 걷게 된다. 둘의 간격은 2~3m. 여성의 발걸음이 그리 빠르지만은 않다. 뒤에 있는 남성은 자신의 존재로 여성이 불안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남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30세대 여성 10명,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상황별 매너’를 물어봤다. 물론 정답은 없다. 통계학적으로도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 번쯤 참고해보자는 것. 내 생각과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골목길에서
다시 질문, 골목길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접했다. 남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1.골목길 가장자리로 최대한 여성과 떨어질 수 있는 위치에서 빨리 걸어 여성을 앞지른다 ▷2.아예 멀리 떨어져 갈 수 있게 잠시 멈춰 기다린다 ▷3.기타. 이에 대한 남녀 각각 10명의 답은 이렇다.
요약하면, 남성은 뒤에서 기다리겠다고 답한 이들이 많은 반면, 여성은 오히려 빨리 앞질러 가는 게 낫다는 응답이 많았다.
“담배를 피우거나 전화를 하면서 차라리 뒤에서 기다리겠어요. 오해를 받는 건 더 기분이 나쁘거든요.”(30대 남성) “우선 앞으로 보내서 그 남성이 가는 길을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해요. 뒤에 있으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불안해요.”(20대 여성)
남성들이 특히 주목할만한 건 여성들이 다수 택한 ‘기타’ 의견. 공통적으로 “남성이 전화를 해달라”는 답이 나왔다.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이 남성이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가장 안심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당신이 남성이고 이런 상황에 부닥친다면? 부모님이나 옛친구에게 안부전화를 걸어보자. 불필요한 오해도 없애고, 여성도 안심하고, 인간관계까지 챙기는 일석삼조다.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옥철. 밀물썰물로 사람들이 움직인다. 한 남성이 있다. 하필 그 주위엔 모두 여성이다. 지하철이 멈추고 출발할 때마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걸 피할 도리가 없다. 게다가 주변엔 손잡이도 보이질 않는다. 이 남성은 고민한다. ‘괜히 오해 사긴 싫고, 내 손을 어디에 둬야 할까?’ ▷1.내 어깨나 팔(팔짱) ▷2.내 허벅지 부근(차렷) ▷3.기타
남성 여성 모두 압도적으로 ‘팔짱’을 꼽았다. 대부분 “가장 오해를 사지 않을 자세”라고 이유를 들었다. 설사 몸에 닿더라도 의도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타로는 “아예 손을 보이지 않는 게 더 나을 수 있으니 주머니에 넣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남녀 모두 허벅지 인근에 손을 두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
회사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 가장 흔한 직장동료 인간관계다. 한 남성이 직장동료인 여성의 앞니에서 고춧가루를 발견했다. 이 남성은 여성에게 ▷1.혼자만 알 수 있게 살며시 얘기해주는 게 좋을까? ▷2.말해주는 게 오히려 실례이니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좋을까?
이런 경우도 있다(설문조사에서 다수가 실제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 직장 동료의 옷에서 생리혈이 비치는 걸 확인한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1.여성 혼자만 알 수 있게 살며시 얘기해주는 게 좋을까? ▷2.실례이니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좋을까?
고춧가루 정도는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매너라는 데엔 큰 이견이 없어 보였다. 생리혈의 경우는 좀 달랐다. 가장 많은 의견으론 “말을 해주되 직접 하지 말고 다른 여성을 통해 전해달라”고 조언했다. 단, 여성들이 두 가지 상황 모두 공통적으로 부탁하는 게 있다. 남성에게선 나오지 않았던 의견이다. “도와주려는 것 다 고마운데, 다시 그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진짜 매너에요.” 남자들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인양 말하거나, 다시 마주칠 때 슬쩍 미소를 짓거나, 다시 그 얘기를 슬그머니 꺼내거나. 이럴꺼면 그냥 모른 척 해달라는 거다.
택시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과 함께 택시를 타야 하는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1.뒷좌석에 먼저 타는 게 좋을까? ▷2.앞좌석에 따로 타는 게 좋을까?
남성은 따로 앞좌석에 타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 입장에선 그게 편할 것 같다”는 게 주된 이유. 나름의 매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여성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답변한 여성 10명의 생각을 거칠게 단순화하면 “의도만 없으면 상관없다”는 것. 오히려 앞좌석에 따로 앉는 건 ‘지나친 매너’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계단에서 한 커플이 있다. 2층에 있는 커피숍에 가려니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계단이 있다. 치마를 입은 여자친구에게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순간 고민이 든다. 1.▷여자친구 앞에 서서 가야 할까? 2.▷여자친구 뒤에 서서 가야 할까?
남녀 모두 압도적으로 2번(여자친구 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불편한 시선을 막아주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나 사고가 나진 않을까 대비해주는 차원에서 뒤에 서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올라갈 땐 뒤에서 대비해주고, 내려갈 땐 앞에서 살펴봐준다’고 답한 남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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