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의 왕정국가들 중 하나다. 1999년에 왕좌에 올라 지금까지 모로코를 통치하고 있는 국왕 모하메드 6세(52)는 아프리카의 국왕들 중 최고 부호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재산액은 20억 달러(2조5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로코의 대형 투자회사 SNI를 소유하고 있다. SNI는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우량기업으로 모로코 내에서 가장 큰 아티자리와파(Attijariwafa)은행의 지분 48%를 갖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 모하메드 6세의 재산증식을 가져왔다.

모하메드 6세는 아버지이자 이전 국왕이었던 하산 2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는 즉위하자마자 잇따른 경제자유조치로 모로코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그 결과 하산 2세 시절에 비해 모로코 경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로코 재무부는 지난 해 경제성장률이 4.8%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하메드 6세는 최근 사촌 동생인 물레이 히캄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그가 왕실 비판과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레이 히캄은 모로코 왕실 후손 중 한 명이자 국왕 승계 3순위이다. 그의 아버지는 하산 2세 전 국왕의 동생이다.

물레이 히캄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자서전 성격의 책을 출간했다. ‘배척받는 어느 왕자의 일기’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모로코 왕실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과는 소통이 단절된 왕실에 대해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나아가 군주제 자체에 대한 개혁을 주장한다. 왕실의 자손이 스스로 왕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제도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도 물레이 히캄을 방송에 출연시켜 그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모로코 왕실의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모하메드 6세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물레이 히캄은 사실상 왕실로부터 배척받다시피 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이 모로코에도 찾아왔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군주제 폐지를 외치는 등 왕실의 존재를 위협했다.

이같은 사촌동생의 ‘돌발행동’에 대해 모하메드 6세도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모하메드 6세는 책 출간 즈음 자국 언론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고, 이후 모로코 언론은 물레이 히캄의 책에 비판을 쏟아냈다. 모하메드 6세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촌동생의 주장대로 군주제가 폐지되면 그동안 억만장자로서 자신이 누려왔던 부와 지위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