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슬림 500여명, 현지 교회서 2주째 피란 생활

[헤럴드경제]“여기서 이슬람교와 기독교 신자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 마흐무드 칼라프(27)는 한 교회에서의 피란 생활에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칼라프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북부 샤프 지역의 집을 버리고 다른 팔레스타인 주민 500여명과 함께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로 거처를 옮긴 것은 약 2주 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에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이 교회의 성직자들과 교구 주민들이 그들을 받아줘 비교적 안정적인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처음에는 교회의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하는 게 영 어색했다는 그는 “어제는 우리 모두 다 같이 함께 가자지구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칼라프는 “전에는 잘 몰랐는데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됐다”면서 “기독교신자들은 이제 우리(무슬림)의 형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교회 성직자와 교구 주민들은 모두 이슬람의 단식 성월 라마단도 존중해 줬다.

칼라프는 “기독교 신자들이 라마단 단식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은해가 떠 있는 동안 우리들 앞에서는 먹거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슬림이면서 이 교회에서 10년간 청소부로 일한 사브린 알지야라는 “이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이 함께 이드 (알피트르)를 축하할 것 같다”면서 “다만 단식 중단이 아니라 순교 중단을 축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의 피란 생활이 조용하고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빵과 물이 담긴 구호식료품이 배급되는 날이면 여성과 어린이들 달려들어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교회에 붙어 있는 공동묘지가 지난 22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파편이 인근건물 벽에까지 박히기도 했다.

물론 교회 밖의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실제 한시적인 12시간의 임시 휴전을 이용해 가자 남부의 살던 집을 찾아간 한 팔레스타인 가족은 원래 있던 3층 건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건물 잔해 속에 있는 22구의 시신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가자지구의 기독교 신자 수는 전체 이슬람 수니파 주민 170만 명 가운데 1천500명 수준까지 줄었다.

다른 중동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탄압과 높은 실업률 탓에갈수록 규모가 작아진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 공포를 같이 나눈 경험은 가자지구의 이슬람교와 기독교 신자 사이에 형제애로 새롭게 태어나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교회의 기독교 자원봉사자 타우피크 카데르는 “예수는 가족뿐만 아니라 무슬림, 시아, 힌두, 유대인 등 이웃과 동료를 사랑하라고 가쳤다”면서 “우리 문은 모든사람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