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당장 결론 못내 ‘성난 여론’과 ‘직원 피해’ 딜레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소를 끝내 결정하지 못했다. 회사와 오너 일가의 잘못을 처벌하기 위해 면허를 취소할 경우 1900여명의 진에어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진에어가 2010~2016년 조 씨를 등기이사로 선임한 일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의견 청취 등 추가 절차를 진행한 뒤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결론 내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다.
국토부 측은 “법리 검토 과정에서 ‘조 씨가 등기이사로 재직한 적이 있기 때문에 면허를 취소 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 시점에는 조 씨가 등기이사로 재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해소돼 취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허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1900여명의 진에어 직원들이 도리어 더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진에어의 면허취소로 인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최근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집회를 열어 진에어 면허 취소로 직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진에어 직원들이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게 인질로 잡혀 오너 일가의 잘못을 처벌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이 성추행 파문을 일으켰을 당시, 불매운동이 벌어졌으나 도리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본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에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고 있는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이 갑질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비슷한 논리로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재판부는 “기업을 살리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된다”며 정 전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바 있다.
이에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항공면허 취소냐 아니냐 두 가지 결론 중 하나다”라며 양자택일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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