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말했다. “우(禹)임금은 자신이 사명을 다하지 못해 백성들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고, 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은 자기가 일을 잘하지 못해 백성들이 굶주린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조급해했다.” 맹자가 칭송해 마지않은 우와 후직의 이같은 태도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자들에게 필요한 공감과 책임의 자세로서 자주 인용된다.

조급함을 느낄 법도 한데,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아 요즘 의아하다. 증시 개인투자자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향해 쏟아내는 원성을 대하는 금융당국 얘기다. 공매도란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았으면서 일단 팔고 보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팔아 증시에 충격을 줬던 ‘삼성증권 사태’로 “그동안 꾸준히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당당하던 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듯했던 것은 ‘골드만삭스 사태’ 때다. 영국 런던에 있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주식을 사간 이에게 제때 증권을 넘겨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금융감독원이 발견해 발표한 사례다.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처리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단순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해명을 최대한 수용하자면 공매도 주문을 낼 시점에는 주식을 분명히 빌려놓은 상태라고 착각했다는 것.

골드만삭스 측 해명에 쉽게 수긍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태도다.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지만 당국의 태도는 무덤덤해보였다.

금융감독원이든 금융투자협회든 한국거래소든, 실상을 아는 관계자들은 놀라지 않는 기색이다. 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공매도가 실은 대다수라는, 기자에게는 아주 놀라운 사실에도 그들은 당연한 듯 반응했다.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은 증권사는 주문을 낸 투자자에게 유선 상으로라도 “주식 빌린 것 맞느냐” 물어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직접주문접속거래’(DMA, Direct Market Access)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거의 100%의 외국인 투자자들과 일부 기관은 이같은 과정조차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DMA란 주문속도를 높이기 위해 증거금 지급 등의 절차 없이 바로 거래소로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인데, 0.01초를 아끼기 위해 DMA로 공매도 주문을 내는 이들에게 어떻게 차입 여부를 일일히 물을 수 있겠느냐 오히려 반문했다.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사태’ 이후 유관기관들과 함께 주식매매제도 개선방안의 얼개를 마련했다. 과태료 상한을 올리고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한다고 한다. 공매도 주문 시 차입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현재 거래소는 결제일로부터 2거래일이 지난 날 오후까지 납입할 증권을 구하지 못한 경우(예상했던 차입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그 원인에 대한 기록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같은 의무를 결제일 오후부터 부과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무차입 상황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고 이틀이 지나서야 증권을 구하던 ‘꼼수’가 행해지고 있었다면, 이들의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맹자가 칭송했던 ‘기기기닉(己飢己溺)’의 태도를 당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시스템의 허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능하다” 말한 과거의 태연함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인 6월22일까지 자료 확보를 마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결과에 대해선 무소식이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검사 착수’ 소식을 발표하긴 했지만,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불공정거래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발표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다. 여기서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부정하는 바 아니다. 공매도 환경을 어그러트릴 만큼의 규제가 마련될 필요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공매도 제도의 당위성이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가벼이 넘길 명분이 되긴 힘들다. 이번 기회에 최근 5년 확인됐던 68건의 무차입 공매도 의심사례에 대해, 주문을 낸 기관은 어디였고 차입에 이상이 생긴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낱낱이 밝히면 어떨까. 공매도 제도를 존속시키려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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