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모두 공감할 과학적 기준 마련해야

“남북한 통합은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로 우리 민족의 역량을 시험하게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이질적인 두 시스템을 통합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표준’ 통합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8’에 참석해 “남북한 통합은 우리에게 번영의 기회”라면서도 “이 기회는 자칫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할 수도 있어 고도의 성공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며 표준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표준’이란 하나의 체제 안에서 모든 활동이 조화로운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의 체계를 말한다. 표준시각에서 도량형, 각종 산업 규격까지 다양하다.

박 원장은 “부적절한 표준은 혼란과 불공정을 초래하고 사회 균열을 야기시킨다”며 “남북한 통합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남북 표준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표준과 관련된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부실한 표준을 악용한 문란한 조세정책이었고, 중국의 진시황도 천하를 통일한 후 강력하게 시행한 것이 도량형 통일이었다”고 상기시킨 뒤 “남북 통합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언급될텐데 서로의 기준이 다를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산업 통합에 있어 각종 부품의 규격이 불일치할 경우 초래될 낭비는 반드시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원장은 “남북은 각각 2만2000종과 1만1000종에 달하는 각종 국가규격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한국산업규격 KS이고, 북한의 경우 국가규격 KPS인데, 이 많은 규격들을 일시에 통합하는 것은 무리이고 또한 작업의 피로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남북의 각기 다른 표준은 통합 논의 과정에서 파행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서로 다른 표준을 갖고 있는 두 체제의 통합은 논의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보다 주관적 주장을 앞세워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표준에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측정 표준은 미터협약에서 정한 국제 표준 준수를 최우선으로 해 양측의 표준이 접근해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특정 체제를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이고 과학적으로 마련된 기준을 따름으로서 체제 우열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표준 통합의 기술적인 접근방법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파급효과가 당장 크게 느껴질수 있는 분야에 통합작업을 먼저 집중해 성공사례를 가시화하고, 각 분야에서 이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방식으로 통합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표준시 및 시각표준 통합의 경우, 다행히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국제적 관례를 따라 북한 표준시를 135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변경하기로 해 남북한 표준시가 통일됐다.

박 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대한민국 표준시의 장파 방송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남북한 전역에서 표준시가 수신되면 북한 지역에서도 표준통합의 효과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며 “수많은 IoT 센서들이 표준시를 수신해 정확한 시각에 동기돼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함으로써 첨단산업과 도시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확한 시각은 곧 초고속 정보화의 핵심기반’이란 점도 피력했다.

그는 “표준시간 방송 공유에서 나아가 극한의 시각 표준에 대한 기술을 북한과 공유함으로써 북한도 첨단 기술 영역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cheon@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