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두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생계형 자영업자 ‘비명’ -직원 줄이고 90대 노모까지 나와 장사…23년 식당도 휘청 -무인기ㆍ자동화 확산, “일자리 줄어드는데 쓸 돈 있겠나” -물가 오르기만…경기부양 기대심리도 제로…‘희망이 없다’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이 자리에서 23년을 식당했어요. 우리 어머니 이어서 내가 2대째 하고 있는데, 갈수록 장사로 먹고살기가 힘듭니다. 식재료도 오를 데로 오르고, 올해는 직원 줄여가며 일했는데 내년에 시급이 또 오른다니…. 경기부양부터 해야지 최저임금만 계속 올리면 어쩌란 말인가요? 자동화다 무인화다 해서 일자리도 줄어드는데, 사람들 쓸 돈이 있겠습니까? 소득 주도 성장은 어디 나라 얘긴가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세운상가 인근에서 모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3) 씨가 말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한곳서 장사를 했으니 이집의 존재는 세운상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처 상인들의 밥심을 책임져온 안식처이자, 단골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 그의 가게도 역대 최고의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상승한 데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오른다. ▶관련기사 2면
이 씨 식당에서는 모두 5명이 일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방과 홀을 지키는 아주머니와 설거지를 맡는 아주머니가 각각 1명, 주문이 밀리는 오후까지 서빙과 배달을 나가는 아주머니 1명, 이렇게 총 3명이 정식 고용된 직원이다. 나머지 둘은 이 씨와 그의 어머니다.
이 씨는 “15평(49.5㎡)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종일 가게를 지킨다”며 “90이 넘은 노모까지 나와 오전 시간 일을 봐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진 하루 5시간만 일하는 직원이 1명 더 있었지만 올해 인건비 부담에 이 직원을 정리했다.
이 씨는 식당 메뉴를 대폭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요리는 빼고, 직접 만들어 서빙까지 할 수 있는 간편 안주 위주로 메뉴를 개편해 주방 아주머니를 더 내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오른 최저임금에 맞추다보니 인건비로 한 달에 600만원 이상을 쓰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250만원에 불과하다.
대규모 업장도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서울 홍익대 인근의 90평(297㎡) 규모의 피자ㆍ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는 서모 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주휴수당을 지급해 부담이 크다”며 “주방ㆍ홀을 합쳐 11명의 직원을 썼지만 올들어 2명을 줄이고 9명으로 빠듯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수용의 어려움이 자영업자의 생존권 압박의 본질인데도 이를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 책임론으로 돌리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운영하는 권모 씨는 “경영난의 핵심은 임대료와 본사 갑질이 아닌 인건비”라고 강조하며 “건물주가 한 번에 임대료를 몇 배씩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임대료는 상권 수익성과 연동되고, 법정 테두리(5% 이내) 내에서 협상을 거쳐 책정돼 최대 한도로 가겟세를 올린다 해도 월세 200만원 기준으로 10만원 오르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월 5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주휴수당을 합치면 내년도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8350원이 아닌 1만원이 된다”며 “알바생 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서민인데 제발 최저임금 상승에 속도조절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무조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영세 소상공인도 사회를 지탱하는 약자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달라”며 “최저임금의 직접 부담자인 자영업자의 지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적 고려를 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윤 기자/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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