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레일 위 스시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진다. 군침이 도는 초밥이 담긴 접시가 레일을 돌고 도는 와중에 한 쪽에서 갑자기 등이 세 번 깜빡거린다. 모니터엔 등이 켜진 접시 색깔과 유통기한(1시간)이 얼마나 경과됐는지 초과 시간이 표시된다.
그러자 한 쪽에 있던 매장 직원이 부리나케 달려와 등이 깜빡거린 초밥 접시를 가차없이 레일 위에서 치워낸다. 먼 미래의, 먼 곳의 애기가 아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푸드코트 ‘h키친’에 있는 회전초밥 매장에서 지난 6월 도입한 ‘프레시 스시 시스템’ 애기다.
백화점엔 연구개발(R&D)이 없다는 편견이 가차없이 깨지고 있다. MD 실험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대(對)고객 서비스는 기본이다. RFID(무선주파수 인식기술)와 IT 서비스 개발 등 신(新)기술 도입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소비심리가 ‘빙점’을 밑도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백화점 곳곳이 난데없는 대규모 R&D 센터(?)로 돌변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R&D는 제조업의 전유물로 인식되지만,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백화점 등 유통업계 역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 등으로 과거의 틀을 깨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최근 유통업계의 연구개발은 크게 CRM(고객관계관리) 등 시스템 개발, IT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서비스, MD 전략 등 세 축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미래성장을 위한 R&D 강화’를 올해 경영방침에 넣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위해 기획조정본부 미래전략팀에 R&D 직원을 새로 충원하는 한편, 임직원과 협력사원들의 R&D 강화를 위해 ‘R&D 상’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이 아닌 백화점에서 R&D를 경영방침으로까지 정하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 상까지 만든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현대백화점은 이와관련 이달중 무역센터점 푸드코드에 스마트 주문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무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주문한 메뉴의 준비 정도도 문자(SMS)로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백화점 식당가가 아닌 푸드코트에서 이같은 서비스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날씨, 칼로리, 염도, 알러지별 맞춤형 메뉴를 제안하는 ‘메뉴 내비게이션’ 기능도 국내에선 처음 도입된다. 인기도, 신메뉴, 나라별, 브랜드별 메뉴도 검색할 수 있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 지원서비스도 된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엔 압구정 본점에 푸드코트 ‘메뉴 서빙 서비스’가 도입됐다. 고객이 계산대에서 메뉴를 주문한 이후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직원이 직접 음식을 서빙해주는 시스템이다. 테이블에 RFID가 부착돼 있어 고객이 주문시 받은 페이져(무선호출기)를 테이블 위 위치 확인 스티커에 올려 놓기만 하면 자리가 식별되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가는 불편도 사라지게 된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5월 본점과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 ‘블루투스 저전력(BLEㆍBluetooth Low Energy)’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입차하면 자동으로 고객의 스마트폰에 환영 메시지와 함께 해당 점포의 지도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본점에서만 지금까지 일평균 700명이 쇼핑 정보를 받아봤다고 한다.
롯데는 이 서비스를 향후 매장 실내 내비게이션과 고객 위치기반 이벤트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ㅗㅎ롯데백화점은 올해 중엔 전자영수증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휴대폰을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단말기에 갖다 대면 롯데백화점 앱이 자동 실행되며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엔 약 9개월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신(新)CRM 시스템도 개발했다. 당초 연관구매 및 생애주기별 맞춤 타깃 마케팅에서 한 발 더나아가 쇼루밍족, 해외직구족 등장 등 다변화되는 고객성향을 더욱 정교하게 분석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엔 부산본점 및 포항점 등에선 가상매장인 ‘모바일 스토어’ 서비스도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 또는 행사장에 전시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NFC 태그를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면 엘롯데의 모바일 기획전 및 상품구매 페이지로 연동돼 ‘쇼루밍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스토어는 현재 2개점에서 월평균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를 전점으로 확대 운영할 경우 매출효과가 연간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3월부터 백화점 업계에선 최초로 스마트폰을 통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모바일 사은행사’를 선보였다. 쇼핑 후 신세계백화점 전자기갑 ‘S월렛’에서 사은행사를 선택하면 현장 결제 정보와 자동으로 연동돼 즉시 상품권을 수령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다. 상품권을 받기 위해 일일이 사은행사장을 찾거나 길게 줄서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셈이다.
신세계 본점을 비롯해 인천점, 경기점, 의정부점, 센텀시티점, 광주점, 마산점에선 지난해 부터 상품 구매와 동시에 주차비가 정산되는 ‘자동 주차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 시스템 도입으로 차량 1대 당 최대 30분의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실제 본점에서 지난해 매장에 입차한 차량 절반 이상이 주차 정산 시스템을 이용하며, 이를 통해 차 1대당 평균 출차 시간이 22분에서 7분으로 68%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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