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기업 투자ㆍ고용 ‘가치경영’ 가속페달 - 삼성 180조 투자 미래세대ㆍ중기협력 강조 - ‘개방형 혁신’ 사활 4차 산업혁명도 영향 - 일각선 정부 요구 화답 ‘고육지책’ 분석도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의 중장기 투자ㆍ고용 화두가 달라지고 있다. 매출 증대나 시장점유율 확대와 같은 성과주의에서 상생, 개방, 공유를 기치로 한 ‘가치경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치경영이란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머물지 않고 종업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가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생각하는 경영을 말한다. 사회발전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 융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단순 사회책임경영(CSR)과 다르다.

삼성이 지난 8일 내놓은 경제활성화ㆍ일자리 창출 방안은 이재용식 ‘뉴 삼성’이 보여준 ‘가치경영’의 대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이날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과 함께 혁신역량 및 노하우 개방, 상생협력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투자 방안을 내놨다.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구상이다. 또 삼성이 보유한 인프라를 적극 개방해 5년간 청년 1만명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고 500개 스타트업 과제 지원을 통해 혁신 성장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현재 400억원 수준인 산학협력 규모도 1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확대한다.

뿐만 아니라 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는 7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삼성과 무관한 중소기업까지 포함해 2500개 스마트팩토리(지능화 공장) 전환과 판로개척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5년간 약 1만5000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상생협력을 해왔지만 이번 투자ㆍ고용 계획에서 미래 세대(청년)와 제조업 뿌리(중기)를 지원,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며 “사회와 소통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다”면서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막막하다”며 국민 신뢰 회복에 힘쓸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삼성 뿐 아니라 앞서 발표된 LG, 현대차, SK, 신세계 등 주요 기업의 투자ㆍ고용 계획도 가치공유에 방점이 찍혔다.

LG는 8581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하고 현대차는 협력사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7316억원 규모로 운영키로 했다.

공유경제 선봉에 있는 SK는 동반성장 펀드를 6200억원으로 확대하고 11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전용 펀드도 조성한다. 또 ‘청년 비상(飛上)’ 등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역시 동반성장 투자 재원을 200억원으로 확충하고 전통시장, 중소협력사, 벤처 상품 발굴 및 판로확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재계의 신(新)경영 변화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패러더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1980년대 중후반 반도체 사업처럼 기업이 독자적으로 인프라와 연구인력에 투자해 경쟁사보다 빨리 개발하고 양산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개방과 협업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일 기업이 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여력을 갖고 있더라도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상생이나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없이는 안된다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1, 2, 3차까지 협력사 지원을 강화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요 기업의 투자ㆍ고용 발표가 정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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