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입법 예고…우려 목소리
공익법인 지분 의결권행사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재계 “계열사간 정상거래도 위축” 전문가 “오너家 지분20% 근거빈약”
3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입법예고되면서 한층 강화된 기업 규제에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으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 것과 총수 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상장ㆍ비상장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재 231곳에서 607곳으로 두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재계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상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사업 연관성이 높은 회사들이 서로 수직계열화나 밸류체인(회사의 전략적 가치사슬)을 형성하면서 전문성과 효율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구조인데 자칫 정상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신사업 확장이나 사업재편 속도를 늦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개정안을 보면 공정거래법이 마치 기업 규제법에 가까워진 것 같다”며 “한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규제주도성장’으로 글로벌 경쟁의 험난한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일부 기업은 마치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시킨 것과 다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제도적 미비점을 기업들이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라는 표현을 동원해 특정 그룹을 지목하면서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발표는 현재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가 불법적으로 사익편취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향후 규제 대상이 될수 있다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기업을 먼저 범법 기업으로 낙인찍은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기업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탁상공론식으로 규제 강화를 추진해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각 사업별 특성과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 등을 고려해 그룹 차원에서 내린 의사결정들이 삐걱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많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필요한 건설사업부문의 SPC(특수목적법인) 등이 규제 대상에 대거 포함되는가 하면 제품 AS, 설비시설 유지ㆍ보수 등의 업무에서 사업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도 무조건 사익편취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일감몰아주기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입법 취지와 무관한 스포츠단 계열사 거래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재계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기준이 정해져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편취 가능성이 없는 회사도 조사를 받게 됐다”며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가들은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인데 오히려 우리나라는 지나친 규제로 기업들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는 힘 마저도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 기능이 지나치게 강화된 것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자리 및 투자 독려와는 엇박자로 가고 있는 정부의 규제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특수관계인 지분율 20% 기준의 근거를 알 수 없다”며 “거래자체가 정상가격에 근접했는지, 싸게 사거나 특혜를 줬는지 등 그동안 해온 부당거래 조사를 착실하게 하면 되는데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개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의 가장 큰 동인은 승계자금 조달을 위한 것인데, 총수 일가 지분을 20% 이하로 떨어뜨린다고 해서 일감 몰아주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스웨덴처럼 주식을 상속할 때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등 근본적인 상속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예선ㆍ이승환 기자/cheon@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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