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능 연쇄 마비…일상불편 넘어 자칫 생존까지 위협 초연결사회 ‘잠재 공포’ 산재…정부 ‘예측 시스템’ 구축을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년 전인 1666년 런던 전체가 화마에 휩싸인 적 있다. 젊은 제빵사의 실수로 빵굽는 화덕에서 시작된 불은 무서운 기세로 번져 5일만에 거대한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목조 기반이던 서민들의 가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관련기사 2·3·10면 유명한 ‘런던대화재’다. 화재 이후 런던은 달라졌다.
시민들의 불의 무서움을 자각했고, 무엇보다 도시 전체를 불에강한 석조기반으로 재건하기 시작했다. 건축방화법이 만들어졌고, 요즘은 일반화된 화재보험회사들이 탄생하는 계기도 됐다.
18기 세계최고도시 런던이 탄생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영국사람들은 이사건을 ‘위대한 화재(Great Fire of London)’라고 부른다.
지난 24일 발생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는 그 양상이 쓰나미(지진해일)와 비슷했다.
2m 남짓한 구멍에서 연기가 치솟을 때만해도 그냥 ‘화재 사건’이었지만, 진짜 피해와 혼란은 불이 꺼지고 나서야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먹통이 된 휴대 전화에 사람들이 공중전화 앞에 늘어섰다.
먹고 사는 일도 함께 멈춰섰다. 주차장에서는 차들이 갇혔다.
경찰의 상황 조회 휴대폰인 ‘폴리폰’도 마비됐고, 서울시가 자랑하는 버스정류장 안내시스템도 가동되지 않았다.
통신구 하나를 삼켜버린 불길에 대한민국이 멈춰섰다.
이번 화재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스템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초연결은 그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정부의 안일한 안전 의식과 허술한 행정도 한몫했다.
그 동안 5세대 이동통신(5G) 구호에 취해 초연결 사회를 달콤하게 ‘상상’하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비용 대비 효율성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초연결사회로 갈수록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다운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일상의 불편함은물론 기업은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는다. 일종의 보험같은 투자가 필요한 데 우리는 사회 전체적으로 여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완 기자/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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