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남북경협·세수결손·일자리 예산 큰 시각차 속기록도 안 남는 회의, 날림 심사 불가피
법적 근거도 없는 비공식 협의체에서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의 밀실 심사가 이뤄지면서 ‘날림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4조원 세수 결손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내년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예산 심사는 여야의 비공식 협의체인 이른바 ‘소(小) 소위’로 넘어갔다.
3일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 따르면 당초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전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개 교섭단체의 예결위 간사들이 주축이 된 비공식 협의체 ‘소소위’를 통해 예산안 심사가 진행됐다.
정쟁으로 예산소위에서 심사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고, 비공식 기구인 소소위에서 심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예산소위는 감액 심사는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남북협력기금, 일자리예산 등 여야 간 쟁점 사업을 포함한 감액 사업 상당수를 ‘보류’ 상태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과 직결되므로 야권이 주장하는 감액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남북협력기금의 비공개 내역을 집중 공격하면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 총액을 1조 977억 2000만원으로 편성, 올해 9592억 7000만원보다 14.4%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중 비공개 예산이 45%에 이른다. 민주당과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의 후속 조치를 이행하려면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진전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뒤이은 남북 경제협력 확대 등에 대비한 이른바 ‘실탄 확보’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마당에 예산만 대폭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장이다. 한국당은 남북경협 예산 4289억원, 민생협력 지원 예산 2203억원 등 총 6492억원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보다 많은 7079억원을 감액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삭감 규모만 전체의 3분의2 수준이다.
또 4조원 세수결손에 대한 공방도 소소위 뇌관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내년 470조5000억원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정부가 예상한 세입규모는 481조원이었다. 이후 정부가 지방분권 방안과 경기대응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존 세입ㆍ세출 예산안의 총량이 흔들렸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국회에 대안을 제시키로 약속했다. 세출예산안의 사업비 삭감, 국채 발행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자리 예산의 경우도 정부 안에는 올해보다 22% 증가한 23조5000억원이 편성됐는데 ‘칼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야권 입장이다.
문제는 소소위가 예산소위와 달리 회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국회의 공식 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서 모여 논의하는지조차 비공개다. 극도로 폐쇄적인 밀실 심사로 깜깜이 심사인 셈이다. 따라서 소소위에서 이뤄지는 증액 심사는 지역구 의원들의 ‘자기 예산 밀어넣기’가 예상된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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