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입은 설치기사에 2100만원 배상 -“공작물 관리 소홀히 한 세입자 책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에어컨 실외기 철거 작업 중 추락한 설치기사의 치료비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사건을 맡은 법원은 시설물 관리를 하지 않은 세입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치료비 배상을 판결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5단독 김혜진 판사는 에어컨 설치기사 A(53) 씨가 건물 세입자와 집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고 당시 건물을 임대한 세입자 2명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며 21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에어컨 설치전문 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A 씨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로 출장을 갔다. 4층 높이의 아파트 건물 외벽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를 철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전세계약이 끝나 이사를 한다는 세입자는 건물 바깥 고정 장치에 놓여 있던 실외기를 안으로 들여 달라고 요청했고, A 씨는 건물 외벽에 기대 실외기를 지탱하던 철제 거치대를 붙잡았다.

그 순간 외벽에 붙어 있던 거치대가 벽에서 떨어졌고, 거치대를 잡고 있던 A 씨는 실외기와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날 사고로 A 씨는 다발성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야 했다.

영구장애까지 입은 A 씨는 일할 수 없게 됐다며 세입자와 집주인에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세입자인 B 씨는 “에어컨 거치대는 이전 세입자가 설치한 것이고, 건물 하자에 대한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집주인은 “에어컨 거치대 문제기 때문에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맞섰다.

세입자와 집주인, 이전 세입자까지 얽혀 책임공방이 벌어졌지만,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사고 당시 세입자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설치는 이전에 이뤄졌다고 하지만, 사고 당시 세입자는 이미 2년 가까이 설치된 실외기 거치대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난간에 실외기를 설치할 경우에는 사용 기간 동안 하중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주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공작물의 점유자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애초 5500여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한 A 씨에게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세입자의 배상액을 2100여만원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