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에서 부쩍 눈에 띄는 단어 중 하나가 ‘하인리히 법칙’이다. 연달아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고는 더 큰 사고의 예고편이라는 통계적 법칙이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의 구조 자체를 개선해 더 큰 사고를 막거나, 화재가 빈번한 지역의 안전시설을 점검해 더 큰 화재를 사전 예방하는 행위가 ‘하인리히 법칙’을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연령, 지역, 성별의 사고 발생 건수와 피해액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도 ‘하인리히 법칙’의 응용편쯤 된다.

최근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 온수관 파열 사고, 유류저장소 화재, 아현 KT지사 화재, KTX 고장 지연, 군 훈련 중 포탄 오발 사고 같은 각종 화재나 재해, 사고 뉴스는 신문 사회면과 TV 뉴스를 채우는 단골 소재가 됐다. 여기에 청와대발 연이은 인사사고, EBS발 구설수 같은 뉴스까지 겹치니 “이러다 진짜 뭔 일 날까”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물론 위의 정치, 사회 사고들이 더 큰 재난의 예고편이라는 과학적, 논리적 근거는 없다. 미래 사고를 예고하는 ‘하인리히 법칙’과 최근의 뉴스들을 연결시키기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냥 ‘우연하게 때 마침 이런저런 일들이 터지는 구나’하고 넘어가는 게 더 이성적이긴 하다.

소방청의 국가화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화재 건수는 3만8397건으로 남은 12월 한 달을 감안해도 지난해 4만4178건에 비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가스 같은 위험물 제조, 저장 시설 화재는 올해만 이미 34건이 발생, 2011년 37건 이후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통계적으로 ‘더 큰 사고의 예고편’으로 연결짓기에는 이성적으로 무리지 싶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찜찜하고 불안하게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취임 초 ‘나라다운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청와대가 나서 중대 재난 컨트롤 타워를 자임했던 용기는 최근 사건 사고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청와대는 ‘나라 밖’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들이 만든 인사 사고마저 “질문받지 않겠다”고 외면할 뿐이다.

정치는 고도의 이성적 행위다. 하지만 실제 정치판을 지배하는건 이성적 판단이 아닌 군중의 막연한 기대감이나 불안감 같은 심리다. 그래서 최근 각종 사건 사고는 집권 2년차에 급락하는 정권 지지율 그래프와 겹치며 일반인들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면, 환부를 도려내 보여주는 것은 좋은 해법 중 하나다. 이제 집권 초 ‘개혁기’를 지나 중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그에 맞는 안정적 인재를 등용하는 것으로 흔들리는 대중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일 때다. 그것이 집권 초를 함께했던 내 사람들의 정치적 앞날을 위해서도 좋은 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하인리히 법칙’은 큰 재해나 사고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교훈은 지금도 분명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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