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첫 공유경제 대책…갈등에 좌초 우려 이해관계 조정에 매달리다 혁신 놓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혁신성장의 상징인 공유경제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규제 혁신과 기득권 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수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9일 처음으로 공유경제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3대 경제철학으로 내세운지 1년 반만이다. 결과적으로는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카풀(승차 공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상생방안과 함께 추진한다”는 한 줄만 언급됐다. 이와 함께 ‘국민편의 제고와 교통산업 발전, 기존 사업자 보호’라는 3가지 기본 원칙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다른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다른 분야도 규제혁신보다 상생에 방점이 찍혔다. 온라인을 통한 전세버스 이용자 중개 서비스를 허용했지만 ‘비정기적인 운행’만 가능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수요가 많은 출퇴근용 셔틀버스 서비스는 여전히 불가능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빠른 속도로 도시가 팽창, 수도권 출퇴근이 늘었다”며 “하지만 교통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판교”라고 설명했다. 이어 “택시와 달리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버스 분야는 기존 사업자와의 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 분야인데 이 부분이 빠져 아쉽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이 없다”고 평가했다.

유일하게 타협안이 나온 분야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다.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허용됐던 도시 지역 숙박공유이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가능하게 됐다. 기존 사업자에 대한 당근도 제시됐다. 기존 숙박업소에 관광기금융자, 홍보 등을 지원하고, 야간근로수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부여하겠다고 했다. 숙박공유 기업 코자자를 운영하고 있는 조산구 대표는 “그간 외국인만 도시지역 숙박공유를 이용할 수 있어 글로벌 사업자였던 에어비앤비에게 유리했다”며 “국내 공유경제 기업에 역차별적이었던 규제가 정상화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기존 숙박업자들을 위한 지원대책이 고려되는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고민이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합의와 타협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카풀 서비스를 의제로 정하고, 1박 2일 동안 이해관계자들 간 대화를 나누는 해커톤을 열려고 계획했으나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단어는 사실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하다”며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합의’를 기다리는 건 사실상 규제 완화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사업자들은 이미 집단화를 해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시장원칙에 따라 기득권과 새로운 사업자가 경쟁하도록 하고, 혁신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풀 논란으로 대변되는 공유경제도 ‘사회적 대타협’의 기로에 선 것이다. 정부가 전통 기득권과 새로운 사업자 간 이해관계 조정을 이뤄내지 못하면 혁신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역대 정권은 영리병원과 원격진료 등을 추진하며, 규제혁신을 외쳤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실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정부 각 부처는 양보, 설득을 위한 상시 테스크 포스를 운영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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