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상파 방송3사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는 전무후무한 팬덤을 거느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들이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평일밤 11시를 공략한다. ‘서른 즈음’의 일반인 여성 네 명의 일과 사랑, 결혼 등의 고민을 담은 ‘달콤한 나의 도시’다.
지난해 5월 ‘사모님의 수상한 외출’ 편을 통해 사회적 공분과 불매운동까지 불러왔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재원ㆍ 황성준 PD가 살벌한 미제 사건 대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관찰형 리얼리티물로 시청자와 만난다.
두 명의 남자 PD가 연출한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서른을 눈앞에 둔 4명의 도시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여자 나이, 서른’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영어 강사, 변호사, 헤어 디자이너, 회사원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 네 사람은 연예인 못지 않은 출중한 외모로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자신의 삶을 공개하게 됐다.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성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매일 아침 ‘시간절약’을 이유로 운전대를 잡은 차 안에서 부랴부랴 메이크업을 하지만 실상은 여유라곤 조금도 없는 허덕이는 출근길 풍경을 보여주는 미모의 변호사는 일에 치이다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꿈도 못 꾸게 됐다. 한 때는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이제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여자는 매일 같이 카메라 앞에 서야 직업 탓에 업무평가엔 적정 몸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자기관리능력까지 포함돼있다. 간혹 상사로부터 “살찌는 DNA를 가졌다”는 기 막힌 소리까지 들어 화가 치밀어 올라도 남자친구의 달달한 응원메시지에 금세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러다가도 결혼 얘기만 꺼내면 확신 없는 답변만 내놓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나이에 쫓기는 자신을 한탄한다. 서른 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며 그 준비과정을 보여줄 또 다른 여성은 결혼과 함께 로맨스가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로 어린 후배들을 거느린 헤어디자이너는 마음에 차지 않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여 정글 같은 일상을 보낸다.
네 명의 여성은 서로 다른 일상을 공유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보여주려 하지만 프로그램은 주인공이 된 여성들의 나이대 설정에서부터 지나치게 타깃 지향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TV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2049의 젊은 세대, 특히 20~30대의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성공적이라지만, 서른 즈음 여성들의 이야기가 과연 남성 시청자나 TV를 점령한 중년층 이상의 시청자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재원 PD는 최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간담회에서 “서른 즈음의 여자들이 가장 매력적인 연령대라 생각했다. 여자 나이 서른은 굉장히 복잡하다. 직장에서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시기이고, 결혼이 걸려있다 보니 이 일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며 ”이 같은 이야기 자체가 이미 방송을 통해 수백번 비쳐졌지만, 실제 여성들을 통해 리얼하게 꺼낸다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드라마를 봐도 트렌디한 사랑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고,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와 이 나이대 여성들과 가족들의 이야기, 독립된 생활 등 여러 가지 일상을 팔로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시청자에게는 공감을, 남성시청자에게는 신기함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예비신부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어머니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사실 최근 방송가의 드라마는 작정하고 젊은 시청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드라마, 연애와 결혼을 다룬 로맨틱코미디물이 인기를 얻었다. 젊은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소재를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찰카메라 안에 담았다는 형식은 상당히 참신하지만 드라마와 리얼리티물은 분명히 다르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출연자 선정에서 외모도 봤다“는 PD들의 이야기처럼 평균 이상의 외모에 안정된 직업군을 가지고 있다. 허구의 세계임을 감안하고 바라보는 드라마와는 달리 리얼리티물에서는 자칫 외모, 스펙 지상주의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황성준 PD는 “시커먼 남자들이 만든다는 의외성이 재미있지 않을까. 홍상수 감독이 블록버스터를 만들 때의 느낌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불편하지 않은 일반인 리얼리티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남자 PD들의 시각으로 풀어낸 ‘달콤한 나의 도시’는 27일 11시 첫 방송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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