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사라져도 그가 꿈꾼 전략은 살아 있기를 바란다” “통상 쓰나미 원천적으로 피해가는 방법, 주력산업 업그레이드하는 것” “산업부에 와서 느낀 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명불허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4일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북핵문제 해결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2차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이임식에서 “두 개의 길(북핵문제 해결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보) 모두 산업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2차장은 “우리는 북핵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에 속도와 경로에 대해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여러 고비가 있겠지만, 단군아래 단일민족으로서 숙명적으로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상호 신뢰를 쌓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2차장은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기술 혁신”이라며 “기술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장은 이어 “통상 쓰나미를 원천적으로 피해가는 방법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제품이 아닌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2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개정 협상을 이끈 통상·협상 전문가로 노무현 정부에서 불과 45세의 나이로 통상정책의 사령탑인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고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된 통상교섭본부의 초대 수장으로 돌아왔다. 김 2차장이 문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 취임당시 가장 큰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거세진 미국의 통상압박이었다. 김 2차장은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를 놓고 미국과 치열한 협상에 돌입한 결과, 한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과 철강 관세 협상을 큰 양보 없이 신속하게 끝내 불확실성을 줄였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이더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다는 성과를 거뒀다.
김 2차장은 “2017년 여름, 휴가가 한창인 시즌에 부임했었는데, 1년6개월이 지나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갑자기 부름을 받아서 왔고, 또 갑자기 부름을 받아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김 2차장은 이어 “들어설 때 걸음도 비장했고, 오늘 나가는 걸음도 비장하지만,차이점이 있다면, 이 자리를 지켜줄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흐믓함도 가지고 간다”고 덧붙였다.
김 2차장은 “노병은 사라져도 그가 꿈꾼 전략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말씀 드린다”면서 “최근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통상 환경은 잠시 국지적으로 이는 파도가 아니고, 긴 시간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조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그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구축되어온 Global Value Chain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중심의 Regional Value Chain으로 분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2차장은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혁신에서 주도권 경쟁이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와 어우러져 사생결단의 패권 다툼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런 시기에 우리는 오판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2차장은 또 “국제정세의 격변기에 빈틈만 보이면 호시탐탐 한 방 먹이고, 한 몫 챙겨간 주변국들과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2차장은 “마지막으로 산업부에 와서 느낀 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명불허전’이었다”면서 “상공부가 대한민국 정부출범 이래 수출일선을 지키면서 강력한 통상DNA를 조직에 내재시켜 왔다”고 평했다.
김 2차장은 이어 “통상은 인재확보가 핵심인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인재확보 측면에서 충분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면서 “통상 분야의 인재는 비단 통상교섭본부에서만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평소 직원들에 많은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으로 알려진 김 2차장은 "인덕이 부족해서 때로 화도 내고, 야단도 치고 했던 부분은 한 가족으로서 애정과 신뢰가 깔려 있었다는 저의 진심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2차장은 이어 "흥분하면 대체로 영어로 말하니까 욕은 먹어도 영어공부는 많이 됐다는 얘기도 하던데 영어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찾아오시라"고 농담했다. 또 김 2차장은 "'협상가들이 세계를 상대해서 결과를 잘 내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냉정한 시각으로 국제정세를 살피고, 애국심을 갖고 스스로 판단해서 국익, 국격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김 2차장은 “통상교섭본부와 여러분을 항상 응원하겠다”고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 2차장은 인사가 단행된 28일 페이스북에서 “지금 비록 떠나지만 영원한 통상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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